허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조교수
허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조교수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고속 승진한 김부장, 최근 팀장이 되고 나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일하던 팀원들이 팀장이 된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인지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는 그 동안 성공적인 업무성과로 전문성은 의심할 데 없고 같은 팀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금방 역할에 적응하고 팀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팀원들의 약점을 너무 잘 아는 나머지 그들의 약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집중하다 보니 팀원들이 방어적이 되고, 욕심처럼 빠른 업무 개선 및 성과도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그가 '약점발견자' 역할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존 젠거과 조지프 포크먼은 <탁월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서 탁월한 리더와 평범한 리더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과 타인의 장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있으며, 이렇다 할 장점이 없는 리더의 효율성이 34% 정도라면, 장점이 하나라도 뚜렷한 리더는 효율성이 64%로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십 프로그램들은 강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약점을 개선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어떤 리더든 자신의 팀원이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일명 '드림팀'을 꿈꾸지만 현실은 여러모로 괴리가 있다. 팀워크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영국의 메레디스 벨빈 박사는 그의 책 <팀이란 무엇인가>에서 우수한 집단일수록 고성과를 낼 것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연구하는데, 오히려 우수 인재 집단인 아폴로팀의 성과가 별로 높지 않게 나타난 점을 발견한다. 일명 '아폴로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우주선 '아폴로'를 만드는 일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명석한 두뇌의 인재가 필요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오히려 우수 인재들만 모인 조직은 정치 역학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 인재들로 팀이 꾸려진다고 해서 꼭 그 팀이 성과가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팀원 구성일 때 가장 시너지가 나는 것일까? 벨빈의 팀역할 모형에 따르면 팀 구성원의 역할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팀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팀이 시너지가 난다는 것이다. 팀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가령 팀장이 완결자(Completer)라면 팀 업무 분위기 차원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팀웍 조성자(Team-builder)의 역할을 하는 팀원과 합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팀원을 채용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다양성과 팀 시너지 차원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멤버를 뽑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좋은 리더가 되려고 한다면 이상적인 구성원의 조합을 그리며 멤버들의 강점에 따른 역할을 퍼즐조각처럼 맞추면서 구성원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원하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임파워먼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후배직원의 약점이 어찌 그렇게 강점보다 더 크게 잘 보이는지 교정해주고 싶은 마음에 먼저 질책하고 충고하는 행동이 앞서게 된다. 필자도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볼 때 후회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후배직원을 육성한다는 명분 하에 훈계에 집중했던 질책의 장면들이었던 것 같다. 요즘도 가끔 그 시절 함께 했던 후배직원을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면 차라리 잘한 점을 찾아 인정하고 격려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텐데 하며 반성을 하곤 한다.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나타네얼 패스트 교수는 한 실험을 통해 무능함과 공격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본인이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여길 경우 무능할수록 공격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무능한 상사일수록 직원에게 더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승진할수록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는 체'를 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직원들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폄하하고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리더는 조직 내에서 자신의 무능함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까지 승진을 한다는 '피터의 법칙'을 경계해야 한다.

강점이론가인 도널드 크리프턴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재능과 성격에 맞지 않는 약점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강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법을 깨닫고 실천한다고 한다. 21세기형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상하관계 패러다임에서 나온 상사의 행동인 ‘칭찬과 질책’ 대신 강점에 집중하는 ‘인정과 격려’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약점발견자'가 아니라 자신과 직원의 강점을 찾는 '강점발견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은 훗날 직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

- IGM세계경영연구원 허두영 조교수 -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