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명 평균 20년, 2020년부터 폐모듈 급증해
회수시스템 구축·재활용 기술개발 등 사전 준비 필요

거금 솔라파크 태양광 발전단지 전경.
거금 솔라파크 태양광 발전단지 전경.

전세계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소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명이 다한 태양광 모듈의 사후처리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라고 하니 일단 설치는 했는데, 수명이 다해가는 시점을 목전에 두고 이제 ‘폐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보급이 빨랐던 유럽에서는 이미 태양광 폐모듈을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벌써 몇 년 전에 관련 지침이 마련됐고, 이를 전담하는 단체도 활동 중이다.

뒤를 쫓고 있는 국내에서도 최근 태양광 재활용을 위한 각종 연구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국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소 1만개의 수명이 다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연구의 최종 목적이다.

▲2020년, 태양광 폐모듈 쏟아진다

올해 전세계에는 총 45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될 전망이다. 가까운 일본이 12GW, 중국이 17GW를 건설하며 전체 시장 수요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2016년에는 올해를 뛰어넘는 58GW 규모의 태양광이 건설될 것으로 보이며, 2016년엔 전세계 설치량이 사상 처음 60GW를 넘어서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2020년 세계 태양광 누적 설치량은 400~600GW에 달할 전망인데, 이는 그만큼 폐기되거나 재활용돼야할 태양광 패널도 증가한다는 얘기다.

태양광 모듈의 최대 수명은 30년이다. 그러나 30년까지 쓴 뒤 폐기되는 양은 전체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설치나 운송 중 파손되는 제품도 있고, 모듈의 유리가 깨지거나 전기적 결함이 있는 경우, 화재,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최대 수명이 다하기 전에 폐기되는 모듈이 많다. 또 중국산 저가 모듈의 경우 값싼 만큼 효율저하 속도가 빨라 수명이 짧다. 이 때문에 태양광 모듈의 평균수명은 대략 15~20년 정도로 본다.

국내의 경우 태양광 발전에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시행하고,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 사업 등을 시행한 2004~2005년부터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2020년을 전후로 태양광 폐모듈의 양이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발생한 폐모듈의 양은 10MW가 안 되지만, 2020년 이후에는 수십~수백MW 단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폐모듈 회수·재활용, 왜 필요할까

태양광 모듈은 반도체 공정과 같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화학처리를 하기 때문에 무방비상태로 버려지면 토양, 수질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태양광 모듈에 사용되는 희유금속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회수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원천소재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수명이 다 한 태양광 모듈을 전기·전자 폐기물로 분류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2년 1월부터 태양광 모듈을 ‘전기·전자폐기물 처리지침’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고 회수폐기물 코드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태양광 모듈제조사들로 구성된 피브이사이클(PV Cycle)이 벨기에 브루셀에 설립돼, 이를 중심으로 태양광 패널 회수 및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은 매년 PV사이클에 회비를 지불하고 있으며, 60%의 태양광 패널을 회수하고 회수된 패널의 80%를 재사용할 계획이다. PV사이클에 따르면 2020년 유럽에서는 약 1만8000t의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발생할 전망이다.

회수 방식은 이렇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소규모 폐모듈은 건전지처럼 전용 수거함에 버린다. 대규모 단지에서 나오는 폐모듈의 경우엔 웹사이트에서 회수 신청을 하고, 이후 전용 수거차량으로 운송한다. 회수된 폐모듈은 분리 가공과정을 거쳐 원자재로 재생되고, 제조업체에 판매하거나 재사용한다. 유럽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약 269개의 폐기된 태양광 패널을 수집하는 시설이 있고, 재활용 네트워크가 구성돼 생산, 설치, 재활용까지 사후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국내서도 관련 공정 구축 박차

태양광 폐모듈의 재활용 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은 태양광 관련 업체들에게 전가돼 전체적인 원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판로를 모색해야하는데, 품질향상과 더불어 사후처리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향후 수출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태양광 폐모듈의 사후처리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내년 태양광 R&D사업 중 하나로 ‘결정질실리콘 태양광 모듈 재활용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후 태양광 모듈의 분리기술과 공정, 모듈 내 실리콘과 금속전극 회수기술, 모듈 구성 소재 추출 후 이를 고순도화 하는 것과 재활용 소재 기반의 웨이퍼 제조 적합성도 확인할 예정이다. 재활용 소재로 셀, 모듈을 재제조하는 실증기술도 연구한다. 특히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과 향후 발생할 노후 모듈의 현황을 분석해 이를 재활용하는 네트워크와 비즈니스모델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전라남도도 지자체 중 최초로 태양광 폐모듈을 재활용하고 은, 규소 등 희유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태양광 설치량이 가장 많은 전남도는 약 2~3년 이후부터 2000년 이전에 설치된 태양광의 폐모듈이 매년 1000t 이상일 것으로 보고, 이를 자원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에는 폐모듈자원화 시스템 설비 구축, 재활용 태양전지 제조기술 개발, 자원회수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됐다.

안준호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몇 년 뒤부터 태양광 폐모듈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재활용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다만 태양광 모듈의 수명이 다했다는 것은 효율이 떨어졌다는 뜻이지, 아예 전력생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쓰임에 따라 재활용하거나 재제조를 구분해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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