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투자 확보, 전기차 생태계 구축 속도내겠다”

올해 4월 신생업체 ‘비긴스(BEGINS)’의 등장은 전기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주한 제주 배터리 교체형 전기버스 사업에 비긴스가 약 6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나서 다른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다. 600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없고, 기술, 안전 등이 부족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난 박준석 비긴스 대표는 이런 우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 추가로 100억원을 투자 받았고, 이번 달 중으로 제주도 배터리 자동교체 스테이션(BSS)을 완공할 예정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걸 입증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박 대표의 말처럼 비긴스는 지난 1일 미래나노텍으로부터 지분 인수 대금으로 1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남은 투자금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비긴스를 향한 우려섞인 소문들을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건 “실력으로 정면돌파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긴스는 2013년 11월 박 대표를 주축으로 문을 열었다.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인 박 대표가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2009년부터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 기획으로 미래청정교통기술 연구에 참여해 한국항공대, LS산전, 모텍스, 피엠그로우 등과 함께 배터리 교체형 전기버스 기술을 개발했다. 2013년 말 기술검증이 거의 끝나기 직전, 박 대표는 힘들게 개발한 기술이 사장될 것을 우려해 비긴스를 설립했다. 20년간 이공계 교수로 재직하며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 온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못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저처럼 평범한 공학도도 신산업을 이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마땅히 주체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섰고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하는 비긴스를 설립했죠. 사업에 바로 뛰어든 건 아니고 정식 사업은 16개 협력업체들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제주 사업을 위해 ‘비긴스제주’를 설립했다. 비긴스제주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전기버스 119대, 택시 렌터카 1000대 등 전기차 1200대를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또 BSS와 도내 통합관제센터(TOC), 전기차 전문정비센터 등 전기차 인프라를 통합해 구축한다. 국내 최초 민간 유료 충전 사업자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와 함께 공동으로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박 대표도 일주일에 한번 꼴로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비긴스(Begins)는 ‘Battery, Exchangeable, Green, Infra, Network, System’으로부터 따 온 명칭이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산업의 시작도 의미한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을 앞에서 끌고 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올해 6월 본격적인 배터리 교체형 전기버스 사업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올해 12개 BSS를 구축해야 하는데 제주도에서 버스 노선을 바꾼다고 나서면서 계획이 틀어졌다”며 “노선이 그대로 유지되는 6군데는 올해까지 설치할 수 있는데 나머지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반적으로 버스 제조회사들은 1년 전에 차기년도 생산물량을 확정짓는데 비긴스가 올해 사업자로 선정된 건 이미 내년도 생산물량이 결정된 뒤였기 때문이다. 버스 제조회사들이 추가로 내년도 생산물량을 확대하는 데 드는 추가비용을 비긴스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 사업을 발주한 산업부도, 비긴스도 전혀 몰랐던 일이다.

“어쨌든 약속한대로 버스를 공급해야 하니까 비긴스가 비용을 부담할 의향은 있습니다. 다만 그 비용이 정상적인 생산비용보다 굉장히 비쌉니다. 상황이 이럴 줄은 정부도, 저희도 몰랐던 거죠. 최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달 중으로 제주대학교에 첫 BSS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이 아니라 에너지자립형 건물로 구성해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미겠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 사업이 장차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자리 잡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해외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3500만명의 대도시 중국 귀주성에는 ‘비긴스귀주’를 설립해 100~200여대의 배터리교체형 전기버스 실증사업을 실시하기로 했고, 중남미 지역의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콜롬비아, 칠레 등과도 논의 중이다. 몽고, 영국 런던 진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제주 전기차 사업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ios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처럼 사용자 중심의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비긴스의 최종 목표니까요. 전기차를 타고, 충전하고, 빌리고, 결제하고, 수리하는 일련의 플랫폼을 만들 테니 지켜봐주십시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