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사회적 가치’둘 다 놓치지 않을 것”

박제환 루미르 대표와 이상호 개발팀장이 LED 무정전 전원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박제환 루미르 대표와 이상호 개발팀장이 LED 무정전 전원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첫 창업 실패 후 떠난 인도여행이 저희에게‘전화위복’이 됐어요”

박제환 루미르 대표(27)의 첫 창업은 CCTV 제작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교체시기가 빠르다는 것에 착안, 창업 지원 자금을 받아 버려진 스마트폰을 이용해 CCTV를 제작했다. 제품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세상에 선보일 때쯤, 위기가 닥쳤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들어오는 불필요한 파장을 필터링하기 위해 블루필터가 추가되면서, 기존 제품이 야간 촬영을 할 수 없게 돼 CCTV의 기능을 상실한 것.

낙심한 박제환 대표와 이상호 개발팀장(27)은 인도로 여행을 떠났고, 그곳의 잦은 정전을 보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그 발견이 현재 루미르의 메인 제품인 LED 무정전 전원장치(UPS)와 촛불램프의 시발점이 됐다.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공존에 초점

“20대가 가기 전에 사회적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이용해 수익을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게 저희들한테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은 겁니다. 저희에게는 행운이자 또 다른 기회가 온 거죠”

올해 초 창업 실패를 겪은 두 사람은 무작정 인도여행 길에 올랐다. 여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인도를 돌아다니다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 와중에 LG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인도에서 정전 시에도 유지되는 냉장고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했다. 박 대표는 그곳에서 정전이 사회적 문제임과 동시에 사업의 아이템이라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폐스마트폰을 이용한 CCTV제작과 정전에 대비하는 두 가지 제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다는 거죠. 사회적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저희가 과감히 깨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충분히 현실 가능하다고 생각했고요.”

◆국내 각종 경진대회서 수상, 해외 진출 ‘시작’

두 가지 가치를 담은 루미르의 제품은 국내 각종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주최한 CAMPUS CEO 왕중왕전 대상,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전국 대학(원)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 대상, KDB나눔재단이 주최한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 최우수상 등 기술력과 사업성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LED UPS에 멈추지 않고 전력망조차 구축돼 있지 않은 지역을 고려해 ‘촛불램프’도 개발했다. 촛불램프는 촛불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작동시키는 LED램프다. 촛불램프가 있으면 촛불 하나로도 방 전체를 밝힐 수 있다.

루미르의 기술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9개국 14개 업체에서 제품 구매의향서를 제출해 총 3500개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저희 제품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공익적 측면으로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상위 계층을 제품 타겟군으로 설정하고 있죠. 실제로 루미르의 제품을 구매한 해외 바이어들을 살펴보면 관심 계층과 타겟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루미르의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나라는 수단이다. 수단은 1970~80년대 유전을 발견해 부유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서 정전이 빈번하다. 이러다보니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정전을 대비해 관련 물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꾸준히 수요가 있다.

두바이에 있는 호텔 객실에서도 다량의 제품을 구매했다. 기존 조명 외에 정전을 대비한 최후의 장치로 루미르의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제품’시작으로 ‘솔루션’제공까지

루미르의 제품은 양산 준비를 마쳤지만, 국가마다 인증 절차가 달라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 팀장은 인증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촛불램프’를 먼저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제품 중에 촛불램프를 먼저 보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곳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도 많기 때문이죠.”

박제환 대표는 수출하는 제품으로 조금이나마 빛의 혜택을 받는 곳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루미르의 비전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LED UPS와 촛불램프를 보급해 빛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토대로 조명 솔루션까지 제시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며 “빛의 가치를 활용하는 기업 하면‘루미르’가 떠오르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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