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한 뼘 깎아 만든 가로등주‘장인의 손길’

“창조의 고통이 말도 못하죠. 조금 작업하다가 막히면 몇 개월 쉬고, 좋은 디자인이 불현듯 생각나면 또 다시 몇 날 며칠을 붙잡고 일하죠.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등주 하나를 만드는데 1년 정도 걸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이게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에요.”

곽구희 진흥패턴 사장<사진>은 가로등주의 장인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의 손을 거치면 밋밋하고, 금속 느낌만 주는 가로등 등주가 산과 바다, 새와 꽃으로 장식된 ‘작품’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곽 사장은 국내에선 흔치 않은 1세대 가로등주 디자이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곽 사장은 지금도 전북 군산시에 설치될 가로등 작업을 마무리하고, 납품을 앞두고 있다.

이 가로등은 항구도시인 군산을 형상화하기 위해 갈매기와 파도, 등대를 품고 있다.

전북 관내 지자체를 비롯해 서울, 부여 등 여러 도시에서 곽 사장의 가로등을 설치한 것도 지자체의 특징을 적절하게 형상화하는 그의 노하우가 빛을 발한 사례다.

그가 직접 등주에 아름다운 문양을 새길 수 있는 비결은 목형·금형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1984년부터 목형·금형에 손을 댄 곽 사장은 직접 나무를 깎아 각종 패턴과 문양을 새길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멋진 가로등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약 30년 전부터 목형·금형 일을 하다가 10년 전에 가로등 회사에 등기구 액세서리를 공급하면서 조명 쪽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때 ‘가로등기구’는 내가 할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로등의 바탕은 금형이고, 금형의 기초는 목형인데, 목형과 금형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으니까 직접 사업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곽 사장은 누구보다 ‘진흥패턴 가로등은 완벽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일반 업체에선 보기 힘든 쇼트기, 건조로 등을 갖추고, 쇼트작업과 건조를 직접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흥패턴 제품은 건조로에서 3번 이상 구워지기 때문에 변형과 탈색이 없고, 도장 두께 역시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두꺼워 수명도 그만큼 길다고 곽 사장은 강조했다.

게다가 곽 사장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되는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친환경우드 도료를 가로등에 접목하고, 지금까지 단순해 보일 수 있었던 원·투톤 도장 방식에 우드그레인 무늬를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가로등에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는 노하우는 곽 사장과 진흥패턴의 특허기술로 발전했다.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해야죠. ‘진흥패턴 제품은 완벽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목형, 금형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내가 손을 놓으면 이런 기술도 사라지겠죠.”

곽 사장은 오늘도 컴퓨터 대신 만능 제도기에 도면을 올려놓고, ‘오리지널’ 방식으로 멋들어진 가로등주를 디자인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제품이 나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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