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시장의 ‘명과 암’

1.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 정지되면서 원전해체가 이슈로 떠올라.

2. 현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국내 원전산업 위축을 우려해 원전수출과 함께 해외 원전해체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외국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언급.

3. 원전해체는 영구 정지한 원전의 관련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하는 활동. 즉시해체(15년 내외 소요)와 지연해체(60년 내외 소요) 등 두 방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전해체를 제외하면 원전해체 경험이 전무.

4.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원전은 612기. 이중 448기가 가동 중이며, 164기가 영구정지. 영구정지된 원전 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며, 나머지 145기는 해체 준비 또는 진행 중.

5. 앞으로 세계 원전해체시장은 급속도로 성장 전망.

전 세계적으로 가동연수가 30년 이상인 노후원전은 288기로 전체 가동원전의 64.3%를 차지.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 세계 원전해체시장 규모는 440조원으로 추산.

6.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 해체사업으로 사업실적을 조기에 확보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 이를 위해 고리1호기를 ‘단독 즉시해체’하기로 결정.

7. 하지만 고리1호기에 임시저장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등 난관도 적지 않아.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장소를 선정해 발전소 밖으로 반출하지 않으면, 방사성 계통과 구조물을 제염(오염제거)·철거하는 등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들어가기 어려워.

8.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대표적인 난제. 정부는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고준위방폐장 부지확보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하다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후보지로 떠오르는 곳마다 반대여론이 들끓어.

9. 정부는 올해 재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장기화된다면 그만큼 해체작업도 미뤄질 수밖에 없어.

10. 해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동남권원전해체센터도 지역갈등의 씨앗 가능성 제기. 해체산업이 미래먹거리로 부상하면서 부산, 경남, 경주, 울산시 울주군, 경북도 등 지자체 간 유치경쟁도 과열양상 보여.

11. 고리1호기 영구정지로 인해 원전해체는 불가피한 상황. 정부는 이를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면과제도 적지 않아. 과실만 먹겠다는 지역 이기주의가 계속되는 한

해법 찾기는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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