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전문가들 “녹색건축 시장 커지면 건축뿐만 아니라 전기공사 시장도 커질 수 있어”
녹색건축 인증제도 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기계설비공사 사업자에 신시장 창출할 미래 먹거리 기대

‘2021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LG ThinQ Home’의 모습. 녹색건축이 추구하는 각종 시스템이 건축물에 녹아 있다.
‘2021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LG ThinQ Home’의 모습. 녹색건축이 추구하는 각종 시스템이 건축물에 녹아 있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지난해 9월 서울시 코엑스에서는 녹색건축과 관련한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21 녹색건축한마당’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의 주제는 ‘녹색건축, 탄소중립을 향하여’였다.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건축의 의미와 역할을 분석한 것이다.

탄소중립이 대세다. 이미 정부는 이를 국가 중요 사업으로 발표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녹색건축’의 중요성도 한층 커졌다.

녹색건축이란 쉽게 말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전에 기여하고자 설계된 건축물을 말한다. 건물의 설계·제작부터 준공 이후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일반 건축물보다 저탄소배출과 고효율의 에너지사용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건축에 사용되는 자재는 단열 등에서 일반 자재보다 고성능의 제품을 사용한다. 완공 이후 건축물 운영에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조명제어 시스템, 전열교환기 등을 구비하도록 하고 조명도 고효율 LED 등을 사용하는 식이다. 여기에 건축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비하고 지하에는 지열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건축물 자체에서 에너지 생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하는 에너지와 사용되는 에너지의 합이 0이 되도록’ 설계될 때 가장 이상적인 녹색건축물이라는 말도 있다.

이 녹색건축 시장이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공사·통신공사·기계설비 업계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녹색건축물이 일반 건축물보다 전기 설비 등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녹색건축이 대체 뭐지

녹색건축이란 녹색건축물인증제도로부터 출발한다. 앞서 말했듯 녹색건축이란 쉽게 말해 ‘에너지 덜 쓰고, 나아가 에너지를 스스로 만드는’ 건축물이다. 인증제도는 ‘이 건축물이 얼마나 녹색건축물로서 적합한지’ 그 정도를 평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거용 건물이라면 7개 분야, 50개 항목의 점수를 각각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에 따라 최우수 등급부터 일반 등급까지 총 4개 등급으로 나누는 셈이다. 평가 항목은 주거용/비주거용/단독주택에 따라 평가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또 신축 건물이냐, 기존 건물이냐, 그린 리모델링 건물이냐에 따라서도 평가 기준이 상이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2년에는 녹색건축물로 인증받은 건물은 국내를 통틀어 총 3개였다. 2020년에는 1만6221건까지 늘어났다. 17년 동안 500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인증 건수는 매년 증가세이며 현재도 그렇다. 더군다나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정책이 등장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인증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전기공사와 무슨 상관

녹색건축 인증제도는 기본적으로 건설 및 건축이 기본이 된다. 건설 자재와 건물의 운영에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골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오히려 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기계설비공사를 영위하는 사업자들에게 기회가 될 거라고 분석한다. 수준이 높은 녹색건축물일수록 해당 공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녹색건축물이 되려면 정해진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 평가 항목 중에는 전기·통신·기계설비공사의 영역이 부분들이 있다. 결국 녹색건축 시장이 커지면 건축뿐 아니라 전기공사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녹색건축인증제도의 운영기관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다. <전기신문>이 해당 연구원의 자문을 얻어 해당 제도의 평가 항목을 살펴본 결과 건축물 에너지 운영 등의 항목에서 전기공사업과의 연관성을 찾았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모니터링 및 관리지원장치 ▲조명에너지절약 ▲CO2 모니터링시스템운영 ▲자동온도조절장치 설치 수준 등이다. 녹색건축물로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해당 항목들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설비 공사는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가 시행하게 된다.

◆에너지 모니터링 및 관리지원장치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에너지 모니터링 및 관리지원장치’는 건축물에 에너지 운영을 파악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가를 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간한 ‘녹색건축인증해설서’에 따르면 해당 장치는 건축물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지를 본다. 건축물 전체 에너지소비량, 에너지비용, 온실가스 배출량 등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와 누적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건물에 에너지 관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설비가 있어야 한다. 일종의 종합관제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 계측을 실시간으로 가능케하고 이를 데이터화해서 저장화 하는 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 일종의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명에너지절약

‘조명에너지절약’ 항목은 말 그대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을 얼마나 사용했는가를 평가한다. 사실 조명에너지는 건축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에너지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조명에 의한 실내발열은 여름철 냉방부하를 증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조명에너지 절약 여부가 전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에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제도는 고효율 형광램프, 고효율 LED 조명전력 등 고효율 조명 설비의 사용을 유도한다. 업무시설, 학교시설, 상업시설 등 건축물을 분류하고 각 분류별로 Lux등 조도 기준을 정해 이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식이다. 실내주차장처럼 상시 이용이 아닌 건축물은 센서를 설치해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식으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주용도별 공간에는 자연채광을 이용해 조명을 자동으로 쩔하도록 하기도 한다. 천장과 벽 등 실내마감면에 반사율이 높은 재료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조명 평가 항목은 녹색건축 시장의 확장이 조명시장의 성장과도 연관이 있음을 의미한다. 인증 제도가 보편화될수록 조명 제조사들은 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고성능의 제품을 개발해야할 수 있다.

◆CO2 모니터링시스템운영 & 전망

인증 평가 항목중 하나인 ‘CO2 모니터링시스템운영’도 주목할 만하다. 녹색건축은 에너지 소비와 생산도 중요하지만 건축물 내의 이산화탄소 농도 유지도 고려한다. 이 항목은 말 그대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했느냐를 판단한다. 혹은 이에 준하는 이산화탄소 감시 및 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느냐를 평가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실내 공기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서 쾌적한 실내공기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건물 내에서 ▲CO2 농도를 모니터링 및 제어할 수 있는 감시 또는 제어시스템 구축 여부 ▲이용자를 위한 CO2 농도 디스플레이장치의 매장 내 설치여부 ▲적정 CO2 농도 제어에 필요한 환기성능(환기량) 확보여부를 판단한다. 결국 CO2 농도 모니터링, 제어, 디스플레이 시스템 설치 여부와 환기량의 적정성을 평가한다.

이러한 설비의 시공 역시 전기공사업의 영역이며 실제로도 현재 전기공사업면허 등록업체가 관련 시공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온도조절장치

마지막으로 살펴볼 항목은 ‘자동온도조절장치’에 관한 부분이다. 이 항목은 해당 장치를 설치함으로서 쾌적한 실내 온열환경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했는지를 평가한다.

자동온도조절장치는 다른 평가 항목인 이산화탄소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보다는 상대적으로 이미 보편화된 설비다. 그렇기에 이미 대부분의 건축물에서 적용하고 있는데, 녹색건축 인증제도는 건축물에 이 설비가 설치된 비중이 얼마만큼 높은가를 평가한다. 설치 비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셈이다. 이는 해당 설비의 시공이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을 의미한다.

녹색건축물 인증제도는 이미 그 역사가 제법 쌓이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공사업계에서는 아직도 해당 제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녹색건축물 시장이 커질수록 높은 수준의 기술 수요도 커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 또 계측·모니터링 등의 시스템은 전기공사와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 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녹색건축의 개념과 기준이 앞으로 변화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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