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조사에서 “한전에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전기요금은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6.3%가 찬성한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접했다. 국민들이 전기요금은 낮아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는 탄소중립의 성공을 위해선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불가피하고, 때문에 요금인상은 불가피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의 생각과는 좀 다른 스탠스다.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에너지 전문가들의 진단이 맞는 얘기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적정한 요금인상이 필요하며, 인상을 통해 발생한 재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쓰여야 한다. 또 낭비되는 전기를 줄이기 위해선 요금을 통해 제어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절반 이하로 저렴하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독일, 영국에 비해선 절반 수준도 안 되며, 원전이 많은 프랑스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인상이 국민들의 심한 저항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는 국민들의 탓이 아니라 정치인들 탓이다. 요금인상 요인이 분명하고, 공감하면서도 요금을 인상하려 하면 정치적 선동을 통해 정부의 에너지정책 실패로 몰아가는 경향이 많다.

이번 정부 들어 이런 경향은 정치적 색체를 더욱 짙게 했다. 올 3분기에 연료비연동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3원/kWh을 인상했다. 국민들의 저항이 거셌다.

현재의 국제유가 수준과 이에 따른 도매요금 변화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보다 10% 이상은 인상을 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조정에도 정치권은 에너지정책 실패로 몰아갔다. 현재의 연료비연동제도는 최소한의 변동폭 만을 반영한 것으로 국제유가 및 환율의 변동 폭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제도를 통해 요금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까지 달했다.

이제는 정책요금도 아닌 정치요금이 되면서, 전기요금에서 요금이란 단어를 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정상화되어야 하며, 이에 앞서 결정 과정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국민 동의를 얻고 요금을 인상’하는 방식 즉 수용성 문제로 접근할 단계는 넘었다. 그래서 전기요금이 제자리를 찾도록 전기요금을 포함해 에너지요금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독립된 규제 기관이 필요하다. 규제기구를 통해 국내외 상황, 물가, 국민들의 생활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요금을 결정해야한다.

또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4%는 핸드폰 요금처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는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도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요금결정 구조와 국민들의 선택폭을 넓혀 결정권을 확대해 주는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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