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
COP26 계기로 큰 목표 정해져, 중요한 건 ‘이행’
탄소중립 세부방향 수립…산업계·국민과 소통 필요
기업지배구조 중요, 기업이익·경영진 이해 일치해야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 시작에 앞서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 시작에 앞서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25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가 주최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김창섭)이 주관하는 ‘2021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렸다.

‘산업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그린투자 대응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 산업부문 관계자와 정책결정자, 해외 전문가가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한데 모여 탄소중립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김창섭 에너지공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이행”이라며 “탄소중립은 산업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의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어려운 과제이므로 산업계와 정부가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기영 산업부 2차관은 축사에서 “전 세계가 탄소중립 패러다임 전환과 산업 주도권 확보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전환의 시대에 우리 산업계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이미 시동 걸려…선택지 넓히고 소통 늘려야

먼저 ‘세션1: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기후행동’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존 번(John Byrne) 미 델라웨어대 에너지·기후변화정책학과 석좌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의 탈탄소화’를 주제로 미국의 NDC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을 소개했다.

번 교수는 “올해 초 파리협정에 복귀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강력히 추을 펼쳐 이들 주는 오는 2030년까지 2002년 대비 77%의 탄소 감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번 교수는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실패에 가까운 탄소중립 행보를 보였음에도 미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낙관했다. 이는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탈탄소화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저소득 국가에 비용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간 온실가스 저감 정책 시행이 지연된 것은 바로 선진국이 저소득 국가에게 탈탄소 비용을 전가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며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발표된 것처럼 저소득 국가의 탈탄소 비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전향된 자세를 당부했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를 좌장으로 ▲존 번 델라웨어대 교수 ▲전의찬 세종대 교수 ▲조용성 고려대 교수 ▲김성우 김·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등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전의찬 세종대 교수는 “탄소중립이라는 행선지를 향해 출발하는 차량은 이미 시동이 걸린 상태”라며 “이제 큰 목표가 정해졌을 뿐이고, 세부적인 방향은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나가면서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제조업 비중(28.4%)이 높아 탄소중립 달성에 불리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파리 협정의 기본 정신은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탄소중립 경로를 만들자는 데에 있다”며 “무엇보다 우리 산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도 “탄소중립의 당위성은 많은 국민들이 익숙해졌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선택지를 최대한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는 물론 CCUS, 수소, 전력망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특히 전력화로 상징되는 탄소중립은 무엇보다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인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수립·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김·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관련 기술의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기업지배구조와 투자자 역할, 탄소중립 핵심요소로 급부상

캐리 워링(Kerrie Waring) 국제기업지배구조연대(ICGN; 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 시각으로 본 기후변화 대책의 우선순위’라는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업지배구조와 투자자의 역할이 탄소중립의 핵심요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링 대표는 “기업의 경영 목표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연간보고서 등에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링 대표는 또 “최근 발간된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뿐 아니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감사 등이 기후위기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임원이 발탁돼 기후변화 대응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탄소중립은 정부의 약속에만 의지할 수는 없으며, 결국 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자본이 활발히 투자돼 탄소중립이 달성되도록 유인해야 한다”며 “특히 COP26에 앞서 은행, 보험, 연기금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금융을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원종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이 앞서 워링 대표가 기업지배구조를 강조한 점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원 위원장은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 중 G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기업의 매출 또는 이익과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매칭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가 연기금이나 투자자에 탑다운 방식으로 기업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식은 적절치 못하다”며 “결국 기업지배구조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은 ESG 성과와 임원진의 보수에 연계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결국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보수와 연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 원장은 또한 “추상적인 ESG 목표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달성되고 있는지 나타낼 수 있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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