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은 100GW 바라보는데 올해 국내 완공 물량 39.6MW
사업 하나 마치는데 10년…이마저도 끝까지 간다는 보장 적어
탄소중립 가겠다는데 중요 역할 해야 할 풍력시장 분위기 다운
신재생에너지센터 “올해 착공 940MW…내년은 분위기 다를 것”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국내 풍력산업에 대한 세계시장의 눈길은 차갑다. 터빈 입찰마저 외면받는 상화이어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국내 풍력산업에 대한 세계시장의 눈길은 차갑다. 터빈 입찰마저 외면받는 상화이어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정부가 풍력발전 확대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정작 국내 풍력시장에 대한 대외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풍력발전단지 하나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만 10년이고, 이마저도 확실히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다보니 공급사들의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최근 풍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터빈 입찰을 낼 경우 발주처가 일일이 터빈 기업들을 찾아 입찰 참여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터빈사들이 입찰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못하거나, 비싼 값에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른바 셀러스마켓(Seller’s market)이 돼 버린 것.

지난해 정부는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이의 일환으로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해상풍력 5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큰 비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그린 청사진은 거기까지다. 업계에 일시적인 장밋빛 미래를 그려줬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내에서 완공된 풍력발전단지는 평창청산, 장흥 두 곳으로 총 39.6MW에 그쳤다. 현재 태백금봉풍력이 부분 상업운전 중이지만 다이내믹한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설치된 풍력발전설비가 93GW 정도인 것을 볼때 한국시장의 영향은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누적된 풍력 전체 규모도 1.6GW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누적된 세계 풍력설비는 743GW에 달한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풍력발전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빈 공급사들에게 국내시장은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다가 사업 하나 추진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그마저도 중간에 엎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시장에 대한 메리트를 더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려면 설계부터 완공까지 10년이 걸린다. 2011년 시작된 2.4GW 서남해풍력만 봐도 고작 시범사업인 60MW 실증단지를 짓는데 10년이 걸렸다”며 “인허가나 주민동의를 얻는데 워낙에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설계 당시 적용된 터빈은 납품 시기가 됐을때 너무 과거 기술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재고도 없는 터빈을 한국에 납품하기 위해 몇 년 간 쌓아놓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이마저도 사업이 중간에 엎어질 가능성이 크다보니 터빈사들이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는 외국시장을 두고 굳이 규모도 작은 국내시장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실질적 계약기간이 개시되는 NTP 전부터 이미 계약금을 수십억원씩 걸어야만 그나마 협의가 진행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13년쯤 해외 주요 터빈회사 중 한 곳이 전남도와 풍력발전 사업과 관련해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에서야 MOU를 맺는다는 게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는지 많은 직원들이 한국에 들어와 시장 조사를 하고 사업을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전남도가 다음 도지사때 다른 기업과 또 MOU를 맺는 바람에 이 기업은 한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까지 해 신뢰를 갖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2018년 국가온실가스배출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발전능력 확충을 위해서는 풍력사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지금 한국에 대한 풍력업계의 신뢰가 바닥을 치면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올해부터는 시장 규모가 커질 예정인 만큼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올해 착공된 풍력사업 규모가 940MW 정도로 GW급 사업 착공이 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남동발전이 600MW 규모의 완도금일풍력사업 입찰을 곧 낼 예정이고, 또 내년에도 300MW 규모 사업 두 건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풍력사업 활성화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상훈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은 “올해 완공된 사업 규모는 작지만 착공된 사업만 940MW”라며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한층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