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에너지쇼크는 결국 탄소중립에 중대한 위협 될 것
우리 계획은 마라톤을 1시간에 주파한다는 것…경제 무너질 수도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정부가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최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는 등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가 발표되면서 전력산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탈석탄에 이어 탈LNG,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환경론자들이 주도하고 그 주체가 돼야 할 전력산업계가 논의의 중심에서 빠지면서 비현실적인 목표가 제시됐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 사회에 탄소중립과 탈석탄을 외쳤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비용도 이행방법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세계 에너지 시장은 큰 위기를 맞이하는 모양새다. 유럽에서는 바람이 줄면서 풍력발전 비중이 낮아지고, LNG 비용이 크게 상승하면서 영국의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미국도 급격한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른바 에너지쇼크가 찾아온 것.

전력 분야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은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지만 이를 위한 방법론을 마련하는 데 더욱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력산업계와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시스템이 모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본지는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최근 세계적 에너지쇼크로 인한 영향과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탄소중립은 공짜가 아닙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사업자들에게 탄소를 배출하는 기후악당 등으로 부르면서 공급 측면에서만 손대려 하는 에너지 정책은 너무 나이브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에너지 시장에는 ‘수요’와 ‘공급’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체나 건물,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 에너지를 석탄·천연가스·석유, 전기 등을 공급한다.

최근 확정된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에서는 지금까지 사용해 온 발전원인 석탄·가스·원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공급 중심의 계획이 담겼는데, 지나치게 단방향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공급을 바꾸라고 한다고 에너지전환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종 선택은 결국 소비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쓰겠다는데 공급을 줄인다면 전력 부족 문제나 에너지 안보 문제와 직결됩니다. 우리가 당장 그걸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 최종 선택은 소비자몫…소비자가 비용지불 선택하게 해야

결국 단순히 공급 일변도의 에너지전환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이 경우 에너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진정 깨끗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깨끗한 환경을 위해 에너지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는 선택을 할 때 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이 한국 대비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실제 전기를 사용한 데 대한 비용도 한국보다 크지만 이 밖에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에너지 가격 인상 정책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대선 등의 이슈가 눈앞에 다가왔고, 에너지 가격 인상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현재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좋은 말만 하는 너무 쉬운 약속입니다. 다양한 미사여구를 붙이며 에너지전환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죠. 진정으로 지구 환경을 위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설득을 통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일절 하지 않고, 원사이드하게 목표만 내세우는 건 실현 가능한 정책이 아닙니다.”

공급 중심의 에너지전환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부작용을 보이는 추세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만 넘어갈 뿐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크게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손 교수의 얘기다.

그는 최근 미국, 유럽 등의 화석연료 개발 중단이 러시아와 중국,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서 오히려 에너지 개발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 주체만 바뀔 뿐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지난 몇 년 간 에너지 가격이 저렴했던 것은 미국에서 셰일가스 사업자들의 개발이 확대되면서 석유, 가스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셰일가스 개발은 상당히 정체되어 있거나 부진합니다.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이 금융기관에게 석탄 등 화석에너지에 투자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또 전 세계 펀드의 투자가 멈췄습니다. 과연 이렇게 하면 깨끗한 세상이 올까요? 이제는 기존 기업 대신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손 교수는 기존 금융기관의 투자로 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곳은 대부분 민간이나, 시장 기반의 사업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 이 같은 사업자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러시아나 중국 OPEC 등 국가 주도의 사업자들이 화석연료를 증산하고, 가격주도권을 가지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했다.

결국 미국이 셰일가스를 통해 에너지 시장에서 가졌던 주도권은 약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대기가 깨끗해지기는 커녕 다른 사업자들이 돈을 벌고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것.

에너지 시장의 복잡한 시스템을 파괴시키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급을 건드려서 에너지전환을 이루겠다는 접근 방법이 갖는 한계로, 현재 세계 시장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사실상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손 교수는 지적했다.

◆전기부족한 유럽, 석탄 재가동…에너지전환 부작용 고려 속도 조절해야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최근 한국도 2018년 NDC 상향,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확정 등에 나섰다. 또 최근 COP 26에서 이를 공언하고, 탈석탄 서명에도 동참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손 교수는 이 같은 정부의 행보가 지나치게 순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친환경 에너지 확대에 나선 선진국들이 하나 같이 전력공급 문제에 부딪히고 있고, 비용이 급등하는 등 에너지쇼크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다시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표변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의 하루 석탄 생산량이 1205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죠. 시진핑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석탄개발을 중단시켰던 것이 다 뒤집힌 겁니다. 발전소가 정지되고 정전의 원인이 석탄 부족이라는 결과가 나오니까 마구잡이로 석탄을 생산하고 있어요. 그 뿐 아닙니다. 유럽도 최근 북해의 바람이 줄면서 공급 부족 문제로 가스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같이 올라가니까 다시 석탄화력을 돌리고 있죠. 유럽 각 국이 모여서 원전을 다시 돌리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바이든도 OPEC에 석유 증산을 요청했어요.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지금 석유 수출금지 조치를 고려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전략적 비축물자를 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죠. 다들 급하다는 겁니다.”

그는 이 같은 에너지쇼크가 탄소중립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에 대한 시장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면서 그 공급부족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최근 팬데믹이 일부 회복되면서 실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쇼크로 석탄·가스·석유 가격이 급등했죠. 팬데믹이 일부 회복되어 수요가 준비된 공급에 비해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수요증가 그리 크지 않았고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가 번지면서 에너지가격은 다시 내려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또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 가격이 또 급등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몇 년 간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공급능력 자체가 줄어있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죠. 공급능력은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유전이나 탄광, 발전소 건설에 10년씩 걸립니다. 공급능력이 줄어들면 그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도 이처럼 선진국들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겪는 부작용을 고려해 에너지전환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손 교수는 말했다.

특히 지난 30여년 간 탄소배출을 저감하며, 경험을 쌓아온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이제 첫 걸음을 내딛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이미 1990년에 탄소배출 피크가 찾아왔습니다. 무려 30년 전입니다. 산업화를 통해 제조업이 융성하며 성장했지만 1990년쯤이 되니까 에너지를 많이 쓰는 회사들이 외국으로 떠났죠. 그러면서 탄소배출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30년 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탄소배출 피크에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계속해서 줄기차게 오르고 있고, 팬데믹이 끝나면 또 올라 갈 것으로 보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미 30년 전부터 탄소배출량을 줄여 온 선진국들과 2050년에 똑같은 결과를 내겠다는 건 2시간 짜리 마라톤을 1시간에 뛰겠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입니다.”

그는 또 “완주를 못할 것은 물론이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이다. 스스로 경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경제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한다. 우리 입장에서 무엇이 우리의 피해를 가장 줄이고 목적에는 가장 가깝게 다가갈 것인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마음만 급해서 한 번에 석탄화력발전을 모두 문을 닫겠다는 식의 접근은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비효율적인 낡은 발전소부터 조금씩 폐쇄하고, 그만큼 재생에너지로 공급능력을 확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추가로 다음 단계의 석탄발전소를 퇴출시키는 질서 있는 퇴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입니다.”

He is…

▲1958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대학 경제학 박사 ▲1990~1998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98~ 인천대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2013~2017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12~2017년 산업통산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009~2017년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2015~2016년 자원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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