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브랜드력이 낮고 제품에 대한 신뢰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정부나 공공기관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개발한 제품을 KOLAS인증기관으로부터 시험을 받아 정부나 공공기관의 심사를 통해 인증서를 받아야만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종 인증은 중소기업에 혜택 못지않게 기술개발 등 많은 투자와 시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어느 부처에서 각종 브랜드를 가진 기업을 모아 ‘00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바 있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52개에 달하는 ‘인증·선정·선도·강소·우수·친화·스타’등의 수식어가 붙은 기업을 통칭한 것이다. 해당기업만도 1만6000여 개에 달해 10인 이상 제조업체 7만 여개의 23%가 해당된다. 그다지 변별력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런 인증서나 브랜드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80%가 50인 이하로 영세하며, 이러한 인증을 받기위해서 신청에서 심사·선정의 절차를 거치며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하게 되는데, 심사과정에서 전문성이 없는 심사위원이 대부분이며 불과 10여분 만에 실시하는 평가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로 인해 수년간 투자해 기술개발해온 제품이 심사에 통과되지 못했을 경우 중소기업이 입은 타격은 매우 크다.

특히 각 부처에서 옥상옥 인증 및 과도한 인증 요구, 인증료, 인증기간 등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 제품 개발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중복 유사 인증이 많고 제품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증을 받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돼 기업 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대상으로 ‘중소제조업 인증취득 현황 및 애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도 중소제조업체의 보유 인증 개수는 평균 8.3개, 인증취득 및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평균 2180만원, 조사응답 업체 63.7%가 비용이 부담된다. 또한 중소제조업체 10곳 중 1곳(7.9%)은 연평균 1억원 이상을 인증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소제조업체의 보유인증과 관련해 품목별 인증을 합산(동일 인증이더라도 A품목, B품목 따로 받아야 할 경우)하면 평균 보유 인증수는 16.6개로 크게 늘어난다.

또 법정 의무 인증이 아닌 납품처가 요구하는 임의인증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공공구매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각 기관에서 요구하고 있는 인증을 획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각종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 유관 인증기관들은 중소기업의 인증요청 증가에 따라 수수료 수입으로 기관의 수익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등 중소기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4개 시험인증기관의 최근 5년간(2016~2020년) 인증 수수료 수입은 2조1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도 수수료 수입은 전년보다 9.3% 증가한 4890억원을 기록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 제조업의 취업자 수와 소득은 감소하고 공장 가동률 또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유관 인증기관의 수수료 수입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큰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며 “비싼 인증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고 느리고 복잡한 제도 절차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6월 국무총리에게 중소기업 중 절반이 인증취득에 따른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정부는 올해 9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에서 중소기업의 과도한 부담해소를 위해 합동점검반을 구성, 중기중앙회 소속 업종별 협동조합(560개)에 대한 실태점검 및 기업애로를 직접조사해 정부인증제도 등에 관련해 개선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더 지난 지금도 중소기업은 중복·늑장 인증에 따른 부담과 과도한 인증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납품과 신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오래전부터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인증제도의 해묵은 폐해가 여전히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개선대책안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부분에 있어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각종 인증을 중복으로 받아야 한다. 과도한 비용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인증 지연에 따르는 기회손실 등으로 중소기업의 현실이 너무 안타까운 실정에 놓여있다.

“비싼 인증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고, 느리고 복잡한 제도 절차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확실한 제도개선과 대책마련을 통해 국가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한 구 의원의 지적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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