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 핵심인 스마트그리드, 연관산업 확장성 커
동남아 등 해외서 전력공급모델 ‘마이크로그리드’로 재편
SG, 중요성 비해 국민 홍보 부족...AMI・ESS 보급 등 제도 개선 필요

장재원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부회장이 협회 내 테스트 시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재원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부회장이 협회 내 테스트 시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기신문 강수진 기자]이전까지의 전력산업이 전력 공급자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선에 그쳤다면, 스마트그리드는 AMI 등을 이용한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정보를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상호 제공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이다. 아울러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계통망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산업이기도 하다. 최근 탄소중립이 전 세계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신재생 확대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력거래소를 통한 전력 거래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공급 사업자라는 새로운 시장 개념이 생겨나고 있고 태양광, 풍력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뜨겁다.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지난 2009년 설립 이후 10여년 동안 스마트그리드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해왔다. 현재까지 약 215종의 단체표준과 국가표준, 국제표준을 개발 및 보급했고 스마트그리드 산업 전문교육을 시행해 현재까지 425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밖에도 매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유일의 스마트그리드 전문 국제 전시회를 개최하고 수출상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협회에 취임해 한전과 발전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소통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장재원 부회장을 만나 스마트그리드 산업에 대해 들어봤다.

▶스마트그리드 대표산업으로 전기차, 태양광 등이 있다. 스마트그리드 활용 분야와 확장성은.

“스마트그리드는 많은 하위·연관 산업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DR, 전력중개, 전기차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마이크로그리드, 계통운영 등이 있고 신재생에너지, 정보통신기술, AI 등과도 연계돼 있다. 이처럼 기존의 전력망뿐만 아니라 각광받는 신기술과도 연결돼 있어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육성하게 되면 연관된 산업들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일례로 현재 동남아시아 혹은 아프리카의 도서 지역이나 오지에서는 전통적인 전력공급 모델보다는 신재생에너지와 ESS, EMS로 구성된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전력을 공급하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신시장에 선진입해 파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운영한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접목되는지, 파생될 수 있는 서비스도 궁금하다.

“스마트미터(AMI)의 충분한 보급, 계시별 요금제로의 전기요금 개편, 태양광, 풍력 등 분산에너지의 일반화가 이루어지면 여러 서비스가 파생될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전기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 저렴한 가격대의 전기를 사용해 전기를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전력계통 운영자는 첨두부하를 이동시킬 수 있어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며, 발전사업자는 경제적인 발전이 가능하게 돼 발전소를 적정규모만 보유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가정에서는 AMI, 스마트가전 등을 통해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현재 전력거래소에서 운영 중인 ‘에너지 쉼표’ 제도가 그 예다. 에너지 쉼표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으로 소규모 전기소비자(가정, 소형점포 등)가 전력거래소가 요청한 시간에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이에 대해 금전, 마일리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이러한 사업모델 외에도 DR, 전기차 충전, ESS 등 각종 스마트그리드 요소들과 관련해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원 부회장이 스마트그리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장재원 부회장이 스마트그리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전력망이 스마트하게 바뀌기 위해서는 스마트그리드에 다양한 기술도 필요할 텐데,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고, 현재 기술 트렌드는.

“핵심기술은 정보통신기술이다. 기존의 아날로그방식 전력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효율적인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해지고, 분산발전이 가능해지고, 소비자와 생산자는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전력망을 사이에 두고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해 소비자의 에너지 시장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최근 스마트그리드의 기술 트렌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수용성 관련 기술이며,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분산에너지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 재생에너지 출력의 모니터링 및 제어, ESS 등을 통한 계통안정화, 전기자동차를 이용한 V2G 및 VGI 등이다. 이를 활용해 제주도에서 특정 시간대에 발전된 전력을 다 소비하지 못하는 출력제약(curtailment)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전력망 사이의 연계기준 정립 및 플러스 DR 등이 시행되고 있다. 또 ESS와 전기차에 쓰이고 있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외에 RFB 배터리 및 안정성을 강화한 배터리 관리시스템, VPP, 마이크로그리드 운용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스마트그리드 주요 미래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력망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그리드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외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와 상황은.

“스마트그리드의 기본이 되는 AMI의 세계시장 전망은 2028년까지 276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전이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2024년까지 2250만 가구에 설치할 계획이며, 비한전부문은 그린뉴딜 사업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500만 가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전기차 충전기는 전기차 시장과 연계해 비약적으로 성장 중이다. 국내의 경우 2021년 9월까지 약 9만1000대의 전기차 충전기가 구축됐고, 2025년도까지 약 51만5000대의 충전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31%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금액으로는 2021년 200억달러에서 5년 뒤에는 106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화재사고의 악조건 속에서도 2021년 상반기까지 약 9GWh 용량이 설치됐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그리드협회는 관련 산업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추진해온 스마트그리드 관련 사업들을 소개한다면.

“협회는 지난 2009년 설립 이후 10여년 동안 스마트그리드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해왔다. 산업 발전에 중요한 표준 분야에서 현재까지 약 215종의 단체표준과 국가표준, 국제표준을 개발 및 보급했고 2016년에는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표준개발협력기관으로 지정받아 현재까지 협력 중이다. 또 스마트그리드 산업 초기,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절감하고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2015년부터 스마트그리드 산업 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 및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문교육을 시행해 현재까지 425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일정한 자격과 조건을 갖춘 사업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전기사업법과 지능형전력망법에 의해 사업자등록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DR, 소규모 전력중개, 전기차 충전, 소규모전력중개 등 분야에서 868건의 사업자등록을 수행하며 전기신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더불어 수요관리/AMI, 소규모전력중개, ESS, MG/EMS, 전기차 충전 인프라까지 총 5개의 스마트그리드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여러 정부정책 수립과 운영에 참여해 산업계의 의견을 종합하고 전달하는 정책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스마트그리드 데이터센터를 통해 국내외 스마트그리드 통계와 매출 등 정보를 제공하고, 매년 코엑스에서 국내 유일의 스마트그리드 전문 국제 전시회를 개최해 해외 수출 관련 컨퍼런스 및 수출상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도 매년 증가추세였다.”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저해하는 요인 혹은 장벽은.

“스마트그리드라는 중요성에 비해 국민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스마트그리드 기초가 되는 AMI의 구축이 미비해 이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AMI는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량을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이고, AMI의 보급 없이는 스마트그리드를 제대로 운용할 수가 없다. 이와 동시에 요금 결정문제도 해법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가 아닌 사용 용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시간대별 원가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공급자의 가격정보가 필요 없어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생길 수가 없다. 원가에 따른 계시별 요금제로 전환해 사용자가 전기를 적정 시간대에 사용해 비용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계통안정성 확보와 분산전원 도입을 위해 ESS의 보급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SS는 과다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부족한 시점에 계통에 공급할 수 있으며, 그 어떤 발전원보다도 빠르게 전력 부족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ESS 보급이 확대되고 산업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정책적 지원과 계통안정 기여에 대한 보상체계 등을 구축해 ESS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스마트그리드산업은 신생 산업이다. 새로운 산업은 아무래도 경쟁력에서 부족한 면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산업이 정착될 때까지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 모두 힘을 합쳐 세계의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도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협회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He is…▲서울대학교 전기공학 학사, 석사 ▲렌셀러 폴리테크닉(미국) 전기공학 박사 ▲2015.03 ~ 2016.10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본부장, 상임이사 ▲2016.11 ~ 2017.09 한국남동발전 사장 ▲2017.02 ~ 2021.02 사단법인 시그레 한국위원회 위원장 ▲2020.09 ~ 현재 사단법인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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