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입찰 참여 조건 중소업체들 충족하기 어려워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발주 방식도 업체에는 걸림돌
발주처 “작은 공사로 나눠 발주 쉽지 않아…고민 중”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4세대 철도용 무선통신망인 LTE-R의 공사 수주를 놓고 중소 규모의 통신공사업 등록업체들이 내심 불만을 갖는 모양새다. 사실상 통신3사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인데, 들여다보면 사정이 복잡하다.
LTE-R은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통신 기술인 LTE의 철도 버전이다. 현재 대부분의 휴대전화에 적용된 LTE는 단말기의 네트워크 용량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무선 기술인데, 이를 고속으로 달리는 전기철도 차량에 적용한 게 LTE-R이다.
LTE-R은 기존에 철도 차량이 사용하던 VHF 기술과 비교했을 때 통신 속도와 처리 가능한 정보량 모두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6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1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내 주요 철도 차량에 LTE-R 통신 장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LTE-R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당시에 통신공사업계도 기대감이 컸다. 예산이 새롭게 투입되는 만큼 신규 공사가 발주될 거라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LTE-R 공사에 대한 통신공사업계는 만족감보다는 불만이 큰 상황이다. 막상 공사가 발주되고 보니 대기업인 국내 통신 3사가 아니면 공사 수주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공사업계 관계자는 “발주처가 요구하는 입찰 참여 조건들이 중소 규모의 업체들은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LTE-R 설치 공사를 발주하면서 통신공사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정보통신공사업 면허 이외에도 기간통신사업자 등 여러 자격을 추가로 요구한다는 뜻이다.
업계 사업자들이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자격요건을 몇 개만 추가해도 입찰 참여가 가능한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발주되는 LTE-R 설치 공사의 규모가 일반적으로 여타 공사보다 크다는 점도 통신공사업체들에는 부담이 된다.
공사 규모가 크다 보니 발주처는 주로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으로 발주를 하는데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작성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 정보통신공사업체 임원은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제안서 양을 보니 어마어마하더라. 사실상 (입찰에) 들어오지 말라는 뜻인지 고민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덩어리가 큰 LTE-R 설치 공사를 쪼개서 비교적 공사비가 작은 여러 개의 공사로 나눠 발주하는 그림을 내심 바라는 모양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공사의 일부분인 정보통신장비 설치 부분만 분리해 발주하면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망이 필요한 부분은 망 사업자와 설치 사업자를 분리해 발주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쪼개기식 발주가 정답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주요 LTE-R 공사 발주기관 중 하나인 국가철도공단의 한 관계자는 “(쪼개서 발주하는 방안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철도전송망 보안관리설비는 국가 주요보안시설로 구분 및 관리된다. 그러한 설비의 공사를 나눠서 발주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단 관계자는 “우리 공단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공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참여 가점제도, 제안서 양 축소, 지역 업체 참여가점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발주처 역시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