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지커넥트 등 무료 전기차 충전기 3.5만여기 설치 추진
先 보급해 전기차 활성화 유도...충전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
타사 충전기 빼앗기 변질 주의...보조금 방향 선회 의견도

제주도의 한 전기차 충전소.
제주도의 한 전기차 충전소.

[전기신문 오철 기자] 그동안 전기차 충전 사업은 정부 주도로 추진됐다. 수익구조가 변변찮아 초기 구축비용마저 지원받지 못하면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이 너무 늦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민간 충전사들이 정부 보조금 없이 충전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선제적 투자로 인한 기반 확충으로 전기차 활성화를 이끌고 사용률 높은 충전 스폿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양(量)에만 치중했던 환경부 보조금 지원 사업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민간 EV 충전기 3.5만기 구축…전기차 보급 촉매제 역할 할 것

최근 민간 전기차 충전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무료로 충전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휴맥스는 내년 1만2000기를 목표로 충전기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커넥트도 내년 1만기의 충전기를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버온도 최근 투자받은 자금을 투입, 충전기 1만기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카플러그도 충전기 2000기를 무료로 구축하는 중이다.

이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곳에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그곳에서 판매한 전기차 충전 전력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선제적인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확충이 전기차 보급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휴맥스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를 먼저 확충해 놓으면 전기차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많아질 텐데 정부 정책이 차와 충전기를 같이 구축하다 보니 전기차 보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선제적 충전 인프라 확충은 전기차가 더 빨리 보급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기차가 많아지면 결국 충전 사업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 기준 간소화 및 타사 충전기 빼앗기 우려도

무료 충전기 구축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환경부 보조금을 받지 않으니 안전 기준이 간소화돼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업체는 철 금속관 배관을 고무선으로 바꾸고 주차면 도색도 간소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선제적 전기차 충전기 확충이 ‘타사 충전기 빼앗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양질의 충전 장소 개발보다 ‘공짜 설치’를 강조해 타사가 이미 설치한 충전기를 바꾸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충전 계약이 2년 약정이니 기간이 지난 충전기를 공략해 기계만 교체하면 따로 배전공사 없이 충전 운영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보급을 늘린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서로 뺏고 뺏기는 형태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일부 업체는 충전기를 훼손하거나 부지 제공자들에게 민원 제기를 독려해 강제로 철거하게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쓴 만큼 지원받는 보조금 정책 추진 적기

민간이 선투자하며 인프라 구축을 이끌게 되는 상황이 전망되는 가운데 환경부 보조금 사업 역시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이 걸리는 충전기 시장에서 보조금은 지원을 넘어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보조금을 ‘타먹기’ 위해 전기차가 오기 힘든 곳에도 충전기를 세우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가 커지자 충전기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다만 이런 경우 초기 구축비용 마련 방안이 없어 실제 적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간이 선투자로 충전기를 보급하게 되면서 사용량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신동혁 에바 이사는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업체는 충전 사용량이 높은 곳에 충전기를 설치하고자 할 테고 효율이 높은 충전시설이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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