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강수진 기자]올해 들어 메타버스와 ESG 열풍이 상당하다. 요즘 앞선 두 키워드만큼 화제인 것이 바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벼랑 끝에 놓인 사람들 간 목숨 건 게임을 진행하는 웹드라마다.

전력계량기 업계 역시 한전 수주를 두고 생존을 담보로 한 경쟁 위기 속에 있다. 풀리지 않는 반도체 수급 상황과 천정부지로 오르는 원자재 가격에 눈뜨기가 무섭다고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업계 다수 사업자의 얘기다. 설상가상 계량기 시장의 새 먹거리로 ‘보안계량기(보안계기)’가 떠오르고 있지만, 계기 비중을 놓고 업계 간 의견이 뒤엉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본지 기자가 만나본 업체들만 해도 보안계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입장부터 아직 보안계기 사업에 적극 투자하기 어렵다는 의견들까지 기업별로 입장 차가 크다.

이렇다보니 보안계기 개발이 아직 미흡한 업체들 사이에서 비보안계기 비중을 늘려달라는 한전 민원용 연판장이 돌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반대로 보안계기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의 업체들은 여차하면 민원을 제기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

기업이야 생존문제가 가장 중요한 만큼 각자의 입장을 피력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독식하고 싶은 과욕으로 손익계산에만 빠져 민원만 제기하는 일의 끝은 그다지 좋을 것 같진 않다.

보안계기 사업은 갈 수밖에 없고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는 업계 중론이기도 하다.

지능형전력망법이 개정되면서 보안이 강화된 KCMVP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향후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보안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전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2019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보안계기 개발에 나섰다. 업계에서도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은 계량기업이 보안계기를 개발하고 있고, 조합 차원에서의 개발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계기 사업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건전한 시장 생태계 조성에 더 나은 방향이라고 본다.

기술가치 인정, 가격 인상, 중복 기능 해소, 제도 개선 문제 등 보안계기와 관련해 풀어가야 할 과제는 많다.

본 사업 추진 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적기에 업체 간 손익다툼으로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하다면 결국 지금의 비보안계량기가 안고 있는 저가출혈경쟁, 기술 개발 부재, 이에 따른 대량 리콜 사태마저 그대로 복습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징어 게임의 주최자이자 방관자가 돼버린 한전도 업계가 왜 보안계기에 적극 투자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리콜 문제는 업체뿐만 아니라 한전에도 큰 손해다.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지만, 계량기 시장과 사업자는 허구가 아니다. 한전과 업계 전체가 공멸하게 되는 오징어 게임은 그만 멈추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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