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여력 없어 증산 못해, 연말 유가 100달러 갈 수도
유럽·아시아 LNG 현물 사재기, 라니냐 한파 오면 재앙
배터리 광물價 1년 새 30% ↑ 급등, 업계 “아직은 감내 가능”

지난 8월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2200원을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2200원을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석유, 가스, 광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자원개발 투자가 급감하고 코로나19로 조업중단 등이 발생하면서 공급력이 약화된 탓이다.

자원은 당장 생산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수급 및 가격 급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을 통해 에너지 자원을 장기도입 및 비축하고 있어 당장은 수급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경제에 따라 어느 정도 기름값 및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생산 늘리고 싶어도 못 늘리는 산유국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지난 4일 회의에서 기존 감산량 대비 하루 40만배럴의 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증산량이 확대될 것이란 시장 예상과는 달리 그대로 유지되면서 발표 이후 브렌트 유가는 배럴당 82.56달러까지 올랐다. 유가가 80달러를 넘기는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연말에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OPEC+ 회의 결과를 두고 2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섣불리 증산량을 늘리지 않은 것이라는 견해와 더 이상 늘릴 증산량이 없는 게 아니냐는 견해다. 후자가 사실이라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석유가격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자원 개발에는 투자 결정부터 생산까지 10년이 소요된다.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개발 투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조업중단 등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면서 현재 공급력이 상당히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이 위드코로나로 돌입하고 있어 석유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성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팀 과장은 지난 9월 ‘하반기 유가는 어디로 가는가?’리포트에서 수요 측면에서 신규 코로나 변이가 유행하지 않는 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공급 측면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 외에는 큰 폭의 증가 여지가 많지 않다며 4분기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같은 현상이 벌어졌던 2012년을 보면 ℓ당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2000원, 경유 가격은 186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물류비 및 교통비 인상 등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NG 사재기,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

지난 5일 거래된 2022년 1월물 JKM(한국과 일본 수입가격) LNG 현물가격은 MMBtu당 4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수급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기록한 34달러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발전용 연료로 쓰이는 LNG(액화천연가스)는 난방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본격적 동절기에 수요가 더 늘어난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아시아 LNG 가격 상승은 ▲동절기를 앞두고 재고 확보용 수요 증가 ▲유럽의 수요 증가로 아시아향 물량 감소 ▲중국의 석탄발전 중단 대비용으로 물량 사재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올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수 있다는 기후전망은 사재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상기후이다. 강력한 한파가 찾아온다면 단기간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겨울 전망에서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현상으로 텍사스 한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진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동절기에도 수급 비상이 있었는데 올해 동절기 기후전망을 보면 지난번보다 심하면 심하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 위기를 대비해 비축량을 늘리고 가스공사와 직수입사 간의 물량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광물가 1년 새 30% 이상 급등

에너지뿐만 아니라 광물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으로 떠오른 배터리 광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LME 현물기준 구리 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6700달러에서 올해 10월 9140달러로 36% 올랐고 같은 니켈은 1만5220달러에서 1만8040달러로 18.5% 올랐다.

탄산리튬은 2018년 8월 kg당 34달러에서 올해 3월 83달러, 9월 말에는 171달러까지 치솟았다. 페로망간은 지난해 10월 t당 1140달러 선에서 올해 10월 1330달러로 올랐고 코발트는 지난해 10월 t당 3만3220달러에서 10월 현재 5만2960달러로 올랐다. 모두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배터리업계는 원재료 장기수급 계약과 원료가격 연동 계약을 맺고 있어 현재의 가격인상 수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더 오르거나 장기화될 시에는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높은 가격이 지속된다면 장기도입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고 원료가격 연동도 박스권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오른다면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광물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 인상 리스크는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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