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서울‧성남 공사 하나로 묶어 발주
지역의무공동도급 기회 사라져
지역 상생 정신 사라졌다 지적 이어져
국내 최초 시공책임형 CM 의의도 퇴색

국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시공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국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시공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LH가 지난 5일 발주한 ‘위례A2-7BL 아파트 전기공사 9공구 및 서울공릉 아파트 전기공사 1공구’를 두고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인접 지역도 아닌 두 곳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발주 자체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해당 공사가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소 전기공사업 등록업체들이 공사에 참여할 창구가 막혔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초였던 시공책임형 전기공사관리(CM)발주의 의의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해당 공사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일대에 1300호 가량의 아파트와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일대에 300호 가량의 아파트를 짓는 공사다. 두 지역은 거리가 있지만 LH는 두 공구를 묶어 하나의 공사로 발주했다.

업계에서는 LH가 인접하지도 않은 두 지역의 공사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발주’를 하는 바람에 지역의 중소규모 전기공사업 등록업체들이 입찰 참여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성남시 창곡동 일대 아파트 전기공사는 현재 추정사업비가 약 214억원 규모이며, 서울시 공릉동 공사는 64억원 규모다.

지역의무공동도급 대상 공사가 되려면 일반적으로 공사비가 244억원이 넘지 않아야 하며 국제입찰대상 공사가 아니어야 한다. 해당 공사가 각각 따로 발주됐다면 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을거라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나로 묶어 발주되며 공사비가 초과한데다 국제입찰 대상 공사가 되면서 조건에서 제외됐다.

지역의무공동도급은 공사현장을 관할하는 시​‧도에 소재한 지역 업체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시공에 참여해야 하는 제도다. 지역 업체를 보호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계약을 목적으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깝지도 않은 두 지역의 공사를 굳이 하나로 묶어서 발주한 걸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지역의 중소규모 전기공사업체들은 입찰 참여 기회조차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두 지역은 거리상 인접하다고 보기 어렵다. 노원구 공릉동은 서울시 북동부 끝에 있는데 성남시 수정구는 서울시 동남부 밑에 자리잡고 있다. 거리상으로도 30km 가량 떨어져 있다.

업계에서는 발주처가 행정 편의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지역 업체 상생 정신을 저버린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패키지 발주를 하면 발주처 입장에서는 간접노무비, 일반관리비 등 관련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며 “두 번 해야할 일을 한 번에 하니 행정적으로 간소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의 중소규모 전기공사업 등록업체들이 떠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해당 공사에 붙여졌던 ‘국내 최초 시공책임형 전기공사관리(CM)’ 타이틀(본지 4일자)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 서울지역 전기공사업체 대표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우선 피부로 와닿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며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회사들이 입찰 참여도 못하게 됐으니 그러한 의의도 무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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