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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연구위원의 금요아침)국감을 피하는 방법
이영주(노동문제연구소 解放 연구위원)    작성 : 2021년 10월 06일(수) 10:38    게시 : 2021년 10월 07일(목) 14:28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國政監査)가 시작되었다. 국정감사란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정 전반을 국회가 감시하고 감독하는 감사를 말한다. 흔히 ‘국감’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정부의 잘못을 찾아내 질타하는 자리다 보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회의 시간’이다. 한 꼭지만 이슈가 되면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회의원이 일약 국감 스타로 떠오르기도 하니 각 의원실에서는 국감 준비에 잔뜩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엔 국감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언론매체가 많아졌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도 긴장하며 성적표를 받게 된다. 그래서 여의도에서는 국감을 그해 농사의 추수에 비유하기도 한다.

국정감사를 받는 대상은 물론 국가기관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지만 그와 관련된 증인이나 참고인도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증인을 부르기 위해 의원실마다 고민이다. 작년에는 어느 의원이 펭수를 불렀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지나친 욕심이 부른 참사다. 하지만 국감장에 좋은 일로 부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대기업이 갑질을 했다든가, 골목상권을 마구잡이로 침범했다, 노동조합을 파괴하려고 탄압했다든가 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 총수에게 국회의원들이 호통을 치고 시정을 요구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위세가 높은 ‘회장님’들도 그래서 국회라면 질색한다. 국감장에서 망신이라도 당한다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올린 사회적 이미지까지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국감에 나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대관(代官) 업무담당자에게는 밥벌이가 달린 문제니 뻔질나게 국회의원회관을 드나들며 읍소를 할 수밖에 없다. 내용이 잘못 알려졌다고 소명을 하고 부회장이나 사장, 전무가 대신 나올 테니 제발 회장님만은 빼달라고 통사정을 하기도 한다. 각 의원실에서 증인, 참고인으로 신청하더라도 해당 상임위원회의 소속 교섭단체 간사가 명단을 수합해서 교섭단체 사이의 주고 받기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 때문에 채택을 막기 위해 간사나 원내지도부, 심지어는 상대방 교섭단체에까지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증인 채택이 의결되고 국감장에 나오기 직전까지도 치열하게 막후 협상과 조율이 이어진다. 의원 중재 하에 당사자가 얼굴을 맞대고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를 계속한다.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결국 끝까지 피하지 못해 그냥 국감장에 불출석해버리는 것이 최악이다. 예전엔 주로 해외 출장 핑계였지만 코로나19로 출국이 까다로워진 이후에는 갑작스러운 입원이 유행이라고 한다. 불출석으로 고발 당해 벌금형을 받은 사람도 있다.

해마다 국감 시즌이 되면 언론 역시 상투적인 비판을 내놓는다. “국회가 기업인들 군기 잡는다”는 정치혐오성 기사다. 국정감사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반대로 생각해보자. 오죽하면 국회에서까지 불렀겠나? 별 문제없이 원만하게 잘 돌아가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도 않을 테고 무리하게 증인을 신청했다고 오히려 정치인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가 되니까’ 부를 수 있는 것 아닌가?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에 시달리면서도 대항할 별다른 수단이 없이 막다른 궁지로 내몰린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에게 국정감사는 거의 마지막 희망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기업이 두려워하고, 불합리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킬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도화된 갈등 조정수단이 미흡한 상황에서 국정감사는 경제적 민주주의의 물꼬를 트는 기능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달아 터지면서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국정감사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고 마침내 오랜 숙원이었던 개선 입법까지 이뤄질 수 있었다. 올해는 골목상권까지 위협하며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플랫폼 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국감장에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를 피하는 방법,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 나오지 않는 근본적인 비책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바로 문제가 심각하게 곪아터져서 국회로까지 들고 가기 전에 미리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갈등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보니 이번 국정감사가 아직까지는 정쟁 속에 소모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아무쪼록 남은 기간에는 보다 열띤 국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국정감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영주(노동문제연구소 解放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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