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강원도에서 열린 제52회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 주요 화두는 ‘탄소 중립’이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대전환의 커다란 흐름을 조망하고, 국내 전기 업계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탈(脫)탄소’와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우리나라는 탄소 중립 후발 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분발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술대회에서 "사고, 행태, 정책 등 모든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선진국보다 더 급격히 노력해야 탄소 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와 탄소 중립에 관한 오해가 있다. 둘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높은 비용 등을 문제 삼아 전력이냐, 탄소 중립이냐 양자택일이 강요된다. 전기 업계에서도 '가지 않은 길' 신재생 에너지를 우려 하는 목소리가 높다. 탈원전과 도매금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괜한 걱정은 아니다. 그러나 멀리 봐야 한다. 탄소 중립은 화석 연료에 완전한 종언을 고하는 것이다. 덜컹대지 않는 패러다임 시프트는 없다. 무엇보다 탄소 중립은 국내 전기 업계가 화석연료 중심의 공급체를 바꾸는 절호의 기회다. 20세기 전기 업계를 지탱한 존재는 화석 연료였다. 지금도 왕좌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 전기 생산량의 60%는 화력 발전에서 나왔다. 화력 발전의 주원료는 석탄, 천연가스다. 문제는 대부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태양빛, 바람, 수소 등을 에너지원으로 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물리적 힘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함으로써 탄소제로와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전기 공사 업계도 탄소 중립의 수혜 분야다.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로 송배전 공사 수요 확대가 예상돤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2050년 전력 수요는 최대치 기준으로 2018년보다 212.9% 증가한 1214.2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수요의 70%를 태양광으로 발전한다고 가정할 때 새로 지어야 하는 태양광 발전소 면적은 약 5660㎢다. 서울 면적의 9배를 넘어선다. 이에 따른 송·배전 공사물량도 확대될 것이다. 전기공사업계가 이 수요를 그대로 흡수한다면 수천억원~

수조원의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진화론을 완성한 생물학자 다윈은 이런 말을 남겼다.

“It is Not The Strongest Of Species That Survive, N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Ones Most Responsive To Change(최후에 살아남은 종(種)은 가장 강한 종,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 전기 업계가 강한 업계로 변신하기를 기대한다.

글_김민령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시공 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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