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국가철도의 위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의 성공을 위해선 철도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확인했다.

이러한 새로운 철도 패러다임의 중심에 국가철도공단과 공단 기술본부가 있다. 전철·궤도 관련 기술은 물론 신호와 통신까지 담당하는 공단의 기술본부는 이 시기에 존재감이 더욱 크다고 평가받는다. 이 기술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이가 이인희 본부장이다.

지난해 5월 영남본부장직을 마치고 기술본부의 책임자로 임명된 이인희 본부장은 말 그대로 한평생을 전차에 바친 ‘철도인’이다. 지난 1983년 철도청 영주지방청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39년째 국내 철도의 역사와 함께 달려왔다.

공단과 기술본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전기신문>이 이인희 본부장을 만났다.

▶기술본부장직을 맡으신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의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네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보냈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철도 핵심기술분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중압감이 무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철도건설기술 고도화를 이뤄야 한다는 소망과 기대감으로 보낸 1년이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힘든 시기임에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준 덕에 유의미한 성과도 낼 수 있었습니다. 전철분야의 급전계통 신뢰성 향상을 위한 원격제어 기술고도화 방안을 수립해 시행했고, 400km/h 초고속열차 도입을 대비하기 위해 전차선분야의 기술기준 개정도 추진했습니다. 통신분야에서는 철도 통신 체계의 혁명이 될 수 있는 철도통합무선망(LTE-R) 기술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요. 또 신호분야에선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인 KTCS-2 시범운영을 위한 현장시험 및 점검까지 완료해 종합시험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개발하는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해 각 부서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단이 발주하는 4세대 철도통합무선망(LTE-R) 관련 사업에 대해 일부 중소·중견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불만을 갖는다. 입찰참가 기준이 까다로워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비판이 있는데.

“국가 주요보안시설로 관리되는 철도통합무선망 구축사업(LTE-R)은 보안성과 안정성, 전문성까지 고루 갖춰야만 시공이 가능합니다. 보안성은 철도송전망 보완관리를, 안정성은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과의 연계를 위해 필요하며 전문성 역시 통합공공망 상호운용을 위해 필요합니다. 공단은 국민 안전과 편의를 충족하기 위해 적정한 기술 수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공단은 입찰참가와 관련한 오해와 불신의 소지를 없애고 중소‧중견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해 입찰 과정에서 제안서의 양을 대폭 줄이기도 했습니다. 또 중소‧중견 업체도 얼마든지 컨소시엄을 통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소기업 참여 가점제 및 지역 업체 참여가점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단은 이러한 지적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중소‧대기업이 상생‧발전하는 계약문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 공단이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실적 기준은 항상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곤 한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공단도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타협하기 어려운 대원칙도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입니다. 공단은 적정 품질 확보를 통한 안전한 철도 서비스를 국민들께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있었던 사고를 보면 결국 철도 전기설비의 결함이 대형 철도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적 제한은 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그렇지만 공단도 많은 기업들이 꾸준히 실적을 쌓고 기술력을 늘리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실적이 없어도 실적보유업체와 공동도급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100억원 이하 공사는 입찰조건이 동일업종이기 때문에 전기공사업 면허가 있다면 입찰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실적을 보유하지 못한 업체도 입찰이 가능한 소규모 공사를 통해 철도공사의 안전관리체계와 시공 매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그러한 경험이 노하우로 쌓여 곧 대규모 철도공사도 책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자잿값도 업계의 이슈다. 공단 차원에서 업계를 돕기 위해 준비하는 게 있는지.

“최근 국제 원자재의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으로 업체들이 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공단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포함 자재는 납품기한마저 맞추기 어려운 정도죠.

이와 관련해 정부와 공단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원자재 수급불균형으로 자재 구입곤란 또는 조달지연이 발생할 때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고 특정 범위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단 역시 계약처 주관으로 구성된 ‘계약제도 혁신 T/F’와 협의해 입찰일 기준으로 가격증감률이 15% 이상일 때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자재는 물론 공사계약까지 지원하는 안입니다.”

▶공단의 향후 발주 계획은 업계가 항상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사업비 조기집행 계획에 따라 우리 기술본부에서만 8월 말 기준 총 3590억원 규모로 42건의 공사를 발주했습니다. 또 연말까지 총 3135억원 규모, 31건의 공사를 발주할 예정입니다. 보다 많은 공사를 발주해 여러 협력사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를 우리도 바라지만 사업비가 한정된 데다 국토부 사업계획 승인도 필요한 만큼 항상 희망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협력사분들께서 보시기에 만족스럽지 못하시더라도 많은 양해를 구합니다.

내년 발주계획은 국회 결정사항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 3/4분기 시점에서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발주계획 수립과 동시에 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계획을 적극 알려드리고 있으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근로자와 업계 간 노조 관련 문제가 최근 이슈다. 특히 ‘노조전임비’ 문제를 두고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갈 방법은 없을까?

“노조전임비 등 임단협 협상은 노조와 회사의 고유한 영역이기 때문에 공단이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공단은 노조에서 요구하는 안전한 작업환경 확보를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외에 작업자 안전확보를 위한 안전설비 추가방안을 모색 중이며 고소작업 공정을 위한 특화된 장비도 도입했습니다. 또 고소에 설치된 기존 설비의 시공기준도 개정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비용을 공단이 공사비에 적극 반영해 발주함으로써 시공사가 기존에 일부 부담하던 안전관리비용을 절감한다면 노동자분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좀 더 여유로운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최근 발표된 4차 철도계획에서는 ▲국가 균형발전 ▲그린 모빌리티 ▲철도운영 효율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 기술 본부도 바쁘게 뛰고 있을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들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공단은 정부 정책의 성공 돕기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기기 실용화, 신재생에너지 확산, 전철화율 확대 등을 통한 지속가능한 철도중심 교통체계로의 전환 ▲철도교통관제 고도화 및 제2관제 추진, 고소작업 기계화, 시설물 예측진단 시스템 도입 등 통합안전체계 구축 ▲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 등 신기술과 국제표준으로 공단의 기준 및 지침을 개정하고 신기술을 지향해 해외진출 기반마련 및 경쟁력 확보 등을 준비중입니다.

또 전기철도 미싱링크 해소를 위해 관련 정부 부처와 적극 협의 및 추진할 것이며 로드맵 수립이 완료되면 협력사들과 협의해 업계가 예측가능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 이제 내년이면 기술본부장직도 내려놓으시게 된다. 한평생 전철인으로 살아오셨는데,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실지 계획이 궁금하다. 또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

“우리나라 국가철도의 건설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습니다. 그동안 경제성을 강조하면서 다소 간과됐던 안전관리체계를 분야별 특수서을 반영해 새롭게 수립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분야별 설비의 성능개선을 이끌어내어 고품질 시공을 이루고 싶습니다.

또 안전과 절차보다 개통공기를 더 우선하는 철도건설사업이 아닌 선‧후행공정의 계획된 IPS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해 분야별 절대공기를 확보함으로써 고품질의 철도시설물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여기에 더해 시대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정보통신기술을 철도에 확대 적용해 최첨단 설비를 구축하고 철도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싶습니다.

저는 국가철도공단의 위상에 걸맞게 한국의 전기철도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리드오프 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전기철도 기술이 세계 최고가 되도록 재임 기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관습과 매너리즘을 과감히 탈피하고 전기철도가 뉴딜 산업의 선구자가 돼 다시한 번 철도 르네상스를 이끌고 싶습니다.”

<이인희 본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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