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리더가 권위적이면 누가 힘들어질까? 바로 리더 본인이다. 언뜻 보기에는 권위적인 리더가 강자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본인만 손해를 볼 수 있다. 권위적인 리더가 손해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부하직원의 기회주의를 키운다는 점이다. 권위적인 리더에게 공포감을 갖거나 맹목적인 복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하 나름의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권위적인 리더의 강압적 행위를 핑계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철회하는 부하가 생길 수 있다. 어차피 평소 권위적이던 리더의 무례함은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권위적인 리더에 대한 다소 과장된 표현도 별 의심없이 받아들여 지기 쉽다. 더욱이 권위적인 리더에게 당해본 부하가 많거나 리더의 권위적 행위가 일관되게 반복되었다면 권위적인 리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확증편향’이 되어 권위적인 리더의 작은 실수도 크게 비난을 받게 되고 자신이 유발하지도 않은 억울한 비난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권위적인 리더는 자신만 손해보는 그러한 행위를 왜 하는 걸까? 잘못된 소신 때문이다. 보통 권위적인 리더는 성격상 거칠거나 지배욕구가 선천적으로 강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랜 조직생활을 통해 학습된 경우가 더 많다. 과거 자신의 상사의 권위주의적 행동을 관찰했을 것이고 이를 배우게 되어 결국 모방까지 하게 된다. 시쳇말로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는 잘못된 생각이 고착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변했다. 부럽게만 보이던 멋진 리더의 권위주의는 잘못된 소신으로 인식되어 오히려 리더가 역풍을 맞는 좋은 구실이 된다. 부하도 변했고 더 영리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리더가 권위주의로 공격하면 부하도 기회주의로 반격을 한다. 그것도 공개적이지 않고 은밀한 반격을 하기 때문에 권위적인 리더는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 앞에서는 굴복하지만 뒤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하려 하지 않는 기회주의를 권위적인 리더가 초래한 셈이 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권위적인 리더에 대한 부하의 기회주의가 시간이 갈수록 조직 내 확산되고 부하들간 학습이 되어 아래 계층으로 점차 전이되면 갑자기 바꾸기 힘든 조직문화로 전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CEO가 권위적이면 임원들의 기회주의가 발동되고 임원이 권위적이면 그 아래 중간 리더들 또한 기회주의적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개인차도 있고 조직문화 차이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리더의 권위주의가 강하게 인지되고 공유된 조직에서는 부하의 기회주의적 핑계는 타당한 이유가 되고 떳떳한 명분이 된다. 따라서 권위적 리더는 점차 자신의 의지가 통하지 않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보다 오히려 더욱 강력한 권위주의적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 리더십의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유능한 부하들의 이직과 저항은 강해지기 마련이다.

리더십도 이론이다. 모든 이론은 진화한다. 세상이 변하고 조직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 내 리더의 모습도 변해야 한다. 현명한 리더라면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고 선제적 대응을 감행해야 한다. 리더의 역할변화는 리더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장악해야 한다는 ‘갓 콤플렉스(god complex)에서 리더가 모든 책임을 지고 헌신해야 한다는 ‘희생적 솔선수범(first there, last out)’을 경유하여 최근에는 부하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참여를 통한 의사결정으로 성과와 신뢰를 동시에 추구하는 하는 ‘집단지성(collective genius)’을 실천하는 공감 리더십으로 진화했다. 강한 리더 보다 부드러운 리더, 똑똑한 리더 보다 지혜로운 리더로 거듭나는 길은 부하를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겸손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리더십과 HR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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