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득현 TK엘리베이터 대표 “원자재‧인력난‧수익성 문제 대책 마련해야”
52시간 근무제로 건설사 납기 어려워, 2인 1조 점검도 구인난 가속
아파트 분양가 30% 오를 때 승강기 가격 15% 하락, 수익성 악화

서득현 TK엘리베이터 대표가 원자재 가격 상승, 인력난, 수익성 저조 등 삼중고로 인해 승강기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서득현 TK엘리베이터 대표가 원자재 가격 상승, 인력난, 수익성 저조 등 삼중고로 인해 승강기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상이 된 지금 국내 승강기 업계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지만 대책이 미비한 상황입니다. 또 2인 1조 점검 시행으로 업계 전체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돼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 반면 30년째 제자리인 승강기 가격으로 인해 업계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승강기 업계의 원로인 서득현 TK엘리베이터 대표가 대책 없는 원자재 가격 폭등, 정부 정책에 따른 인력난, 개선되지 않는 업계 수익성 등 삼중고로 인해 승강기 업계가 생존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지난 1990년 금성산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서 대표는 30년 동안 업계에 종사한 산증인으로서 현재 승강기 산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구체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강기는 대부분의 부품이 철강재로 구성되는데 주요 철강재 가격이 올해 들어 사상 최고 수준의 인상폭을 기록하며 폭등했습니다. 대표 자재인 철판은 지난해 대비 70% 이상 올랐고 일부 자재나 부품은 웃돈을 주고도 구매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이로 인해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초 시작된 원자재 및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국내 산업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이 중 승강기는 가장 큰 인상폭을 기록한 철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면 적용되면서 현장에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일손을 놓아야 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건설사에서 요구하는 납기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며 건축지연으로 돌관작업을 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유지보수 현장에는 2인 점검이 의무화돼 업무효율을 높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인력 부족으로 인원 구성도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인력유출이 생겨 상생에 갈등과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승강기 업계는 2019년 시행된 2인 1조 점검 의무화로 인해 인력난이 심각하다. 기존에 혼자 하던 일을 두 명이서 하게 되면서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이에 따른 공급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으로 인력 수요가 더욱 늘어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승강기 대기업들이 인력 보급을 위해 채용 공고를 내면 중소기업의 인력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업 내부 갈등까지 야기된다는 것이 서 대표의 토로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파트 분양가는 약 30% 상승했지만, 엘리베이터 가격은 오히려 15% 하락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최저가 입찰을 통해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터파기도 안 된 현장들까지 모아 발주물량을 늘리고 통합 입찰로 가격을 더 낮추고 있습니다. 계약 후에는 무리한 공기 단축까지 요구합니다. 승강기를 공사용으로 사용하면서 새 제품을 중고로 만들어 놓고 이를 원상 복구하거나 고장처리 하는 것도 오롯이 승강기 업체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승강기 업계의 낮은 수익성은 이미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랜 골칫거리다. 국내 건설업이 활황이었던 1980~1990년대의 제품 가격과 현재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건설 기자재 업계들이 건설사의 ‘을’로 전락돼 무리한 가격 경쟁과 갑질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드는 등 사업확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서 대표는 지적했다.

“유지보수 업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파트 승강기 유지보수는 승강기 한 대의 유지보수 비용이 월 10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의식과 상생협력이 시급합니다. TK엘리베이터는 경영진, 파트너사, 그리고 노동조합이 팔을 걷고 상생을 외치며 위기극복에 나서고자 합니다. 업계 전문가들과 정책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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