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이상 고효율 ‘슈퍼 태양전지’·건물 활용도 높일 ‘투명 태양전지’ 각광
국내 연구 실적 ‘세계 최고’…“지원과 투자 있어야 ‘산업적 결실’ 이어져”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경쟁이 뜨겁다.

탄소중립 달성이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태양광 발전설비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누가 이 경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유수의 한국 연구자들이 잇따라 주목받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에도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실리콘 태양전지 단점 극복하는 슈퍼·투명 태양전지

태양전지 기술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국내에도 형성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은 지난 2019년 고난도 기술개발에 투자할 필요에 따라 ‘알키미스트(ALchemist)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고효율의 ‘슈퍼 태양전지’ ▲건물, 차량 등 사용처를 다각화할 수 있는 투명한 태양전지의 개발을 주요과제로 설정했다.

두 과제 모두에서 키워드가 되는 것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는 소재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SC)의 경우 최근 효율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데다 가시광선 투과도가 높기 때문이다.

PSC의 효율 제고 가능성 역시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크다.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이중 접합해 만든 태양전지는 최대 44%, 단독접합 태양전지로는 30% 이상의 최고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시장 지배적인 기술이다 보니 여전히 큰 규모의 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가능한 최고 효율에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각광 받는 이유는 이 밖에도 있다.

PSC는 기존 태양전지보다 가볍고 유연하며 전하 운송 능력도 우수하다. 또한 고온 공정이 불필요하고 재료도 실리콘보다 저렴해 태양광 발전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 성과 “세계 최고 수준”

한국 페로브스카이트 및 텐덤 태양전지 기술의 전망은 밝다. 잇따라 발표되는 국내 연구진들의 성과가 그야말로 눈부시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상일 UN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PSC는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기록한 PSC 가운데 최고 효율인 25.5%를 달성한 바 있다. NREL의 PSC 최고 효율 기록에는 최근 3년간 오로지 한국 연구진만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월에는 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팀이 25.2% 효율의 PSC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표지에 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조남철 순천향대 교수팀이 페로브스카이트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열 안정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남아있는 기술적 과제가 만만치 않아 상용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오랜 시간 습기, 열 등 외부환경에 노출되면 구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 수명 안정성이 낮은 점이다.

한편 국내 태양전지 업계에서는 상용화까지 기술과 과제가 남은 페로브스카이트 단독접합 셀보다는 짧은 기간 안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기존 실리콘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셀을 적층한 ‘텐덤 셀’은 단독셀에 비해 비교적 안정화가 쉬워 상용화가 빨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텐덤 셀은 실리콘, 페로브스카이트의 광흡수층을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최대 44%의 효율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큐셀은 텐덤 셀 연구를 위해 지난 2019년 판교에 차세대 태양광 셀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한 ‘2020년 하반기 신재생에너지 R&D 신규평가’에서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셀’의 국책과제 연구기관으로 선정, 2023~2024년까지 양산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 셀의 효율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화큐셀, 현대에너지솔루션, LG전자, 신성솔라 등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결실로 이어지려면 적극적 투자 뒤따라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학계의 성과가 산업적 성과로 이어져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적절한 뒷받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석상일 교수는 “학계의 성과가 꽃을 피운 것은 사실이나 산업계에서 열매를 맺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태풍이 불거나 땅이 말라버리면 열매를 피울 수가 없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박진호 영남대학교 교수(한국에너지학회 회장)는 “텐덤 셀의 경우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창업한 ‘옥스퍼드 PV’가 개발한 셀이 29.5% 효율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학문적 성과가 뛰어나다 해도 이것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대규모 셀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거나 ‘옥스퍼드 PV’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국내 셀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와 열악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로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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