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콘센트에 설치해 바로 충전할 수 있고 주민 수용성 높아
정부 240억 보조금 사업에 포함…형식승인 완료 제품 곧 출시
충전 사용률 높이려면 내연기관차량 주차 선호 공간 피해야

과금형 콘센트 1개로 3~4면의 주차면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과금형 콘센트 1개로 3~4면의 주차면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신문 오철 기자] 정부가 ‘핸드폰처럼 상시적인 전기차 충전’을 위해 충전인프라를 확대하는 가운데 과금형 콘센트의 역할이 주목된다.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주민 수용성이 높은 과금형 콘센트가 ‘2025년까지 생활거점 중심 충전기 50만기 설치’라는 정부 정책 달성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충전기 보급에 급급한 나머지 주차장 선호 주차구역에 설치하는 등의 과금형 콘센트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220V 콘센트에 설치…배전 증설 없고 비용도 저렴

1일 환경공단은 ‘2021년 하반기 전기차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 접수에 들어갔다. 올해 예산 240억원 중 120억원(하반기)이 투입되는 완속충전기 설치사업으로 여기에는 완속충전기(C타입), 과금형 콘센트, 키오스크 충전기 등이 포함됐다.

과금형 콘센트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공고 목록에도 올랐다. 정부는 3kW 이하 과금형 콘센트에 대당 50만원을 지급해 보급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과금형 콘센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 콘센트에 꽂아서 바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 때문이다. 220V 전기 콘센트에 과금 장치를 따로 설치한 형태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해 사용된다. 충전 속도는 3kW 수준으로 저속이지만 완속 충전기보다 설치비용이 저렴하고 순차 충전이 가능해 별도의 배전용량 증설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내연기관차를 이용하는 주민들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과금형 콘센트 업체 관계자는 “배전 용량 증설 비용과 전용 주차구역 설정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면서 “과금형 콘센트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준다. 저녁에 충전기에 꽂고 아침에 빼는 완속충전 방식이어서 배터리 수명에도 좋다”고 말했다.

◆계량 형식승인 5~6개 업체 진행…내년 탄력 붙는다

현재 과금형 콘센트를 준비하는 업체는 5~6개 정도로 파악된다. 초기에는 3개 업체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규제 샌드박스 통해 받은 임시허가로 과금형 콘센트를 판매했다. 이후 올해 4월부터 과금형 콘센트가 전력량계 하위분류로 취급돼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만 판매가 가능해졌다. 형식승인 절차는 전력 계량 오차율을 1% 이내로 줄여 성능 신뢰도를 높이려는 정부의 조치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미리 만들어 놓은 제품은 충전기 보급확대를 위해 그대로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상반기 과금형 콘센트 보급을 진행할 수 있었다.

향후에는 형식승인을 받은 과금형 콘센트가 보급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 3개 업체를 포함해 5~6개 업체가 전력량계 형식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형식승인 시험 및 절차가 까다로워 예상했던 기일보다 취득 일정이 늦어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가 돼야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과금형 콘센트에 대한 형식승인을 통과한 업체가 없어 하반기 환경공단에서 진행하는 완속충전기 지원사업에는 형식승인 받은 과금형 콘센트 참여가 불투명하다”면서 “업체들이 승인 절차를 계속 밟고 있으므로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정식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금형 콘센트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과금형 콘센트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주차 선호 구역 피하는 등 전략적으로 설치해야

과금형 콘센트를 주차 선호 구역에 설치해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금형 콘센트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설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버 electry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설치된 30개의 과금형 콘센트는 주차 선호 구역인 1층 주차장에 설치됐다. 촬영 당시 30대의 과금형 콘센트 설치구역에 아이오닉 1대를 제외하고 29대는 내연기관차였으며 나머지 한 대도 충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차 현황을 알 수 있는 EV infra에서도 최근 충전 기록이 6월 19일 기준으로 3개월 전이었다. electry는 “아산병원에 설치된 과금형 콘센트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도 “과금형 콘센트를 주차 비선호 지역에 중심적으로 설치해 내연기관차와의 주차구역 경쟁을 줄이고 편리하게 충전기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계량기 형식승인을 회피하는 제품 출시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과금형 콘센트의 형식승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A사와 B사는 각각 충전시간 비례 과금형 콘센트와 5구형 과금형 콘센트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 전력량계가 아닌 충전기로 분류돼 형식승인 절차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의 정부 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회피제품을 보면 과금형 콘센트와 개념과 프로세스가 비슷하다. 과금형 콘센트를 왜 꼭 전력계량기 분류로 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보급이 시급한 시기에 콘센트 제품을 굳이 전력량계로 분류해 출시를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며 “테슬라는 시간에 비례하는 슈퍼차저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전력량 수치에 매몰돼 있다. 전력량계 오차는 전기차 충전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충분히 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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