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사내벤처로 시작…발전현장 스트레스인 수중인력작업 대체 기술 개발
올해 중 자체 생산설비 구축 예정…인력 충원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 ‘기대’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최근 여러 안전사고들이 이슈가 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에 발맞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안전 의무와 관련된 제도적인 기틀이 마련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 역시 변화의 흐름에 조금씩 몸을 맡기는 모양새다.

발전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서부발전(사장 박형덕)의 사내벤처로 시작, 최근 독립기업으로 분사한 21미터(대표 이강율·사진)는 그동안 불가피하게 잠수 인력이 투입돼야 했던 해수취수설비의 수중인력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수취수설비는 화력발전소 및 원전에서 복수기·열교환기 등의 냉각수로 활용할 해수를 끌어들이는 설비다. 이 설비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수문을 닫아 해수를 완전히 차단해야 하는데 이때 따개비와 같은 부착생물이 수문 인근에 부착돼 있을 뿐 아니라 서해안에 위치한 발전소들의 경우에는 바닥에 쌓인 갯뻘이 수문을 차단하는 데 큰 애로로 남는다.

그동안 발전소에서는 이 같은 작업을 잠수인력을 투입, 인력으로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지만 바닷속에서 시야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게 21미터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부발전은 현재 21미터 대표를 맡고 있는 이강율 차장이 2019년 획득한 특허를 바탕으로 지난 2020년부터 사내벤처를 통해 해수취수설비의 수문 접촉면을 정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해답은 비교적 간단했다는 게 이강율 대표의 설명이다. 먼저 취수설비 수문에 스크래퍼를 부착, 수문을 닫으면서 수문 하강을 방해하는 대형 부착생물들을 제거한다. 수문 하단에는 고압수 분사설비를 설치해 쌓여있는 뻘을 밀어내면서 수문이 내려갈 공간을 확보했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기술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서부발전이 제공한 테스트베드에서 수차례 실패를 겪으며 국내 발전설비 환경에 맞춘 설비를 개발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최근 서인천발전본부에는 잠수작업을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구축, 현장 실무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수문 차단 작업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안전 뿐 아니라 정비 작업의 효율성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그동안 수문 차단 작업은 사전에 수문을 닫기 위한 부착생물 제거 등에만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 정비를 준비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21미터의 장비를 적용할 경우 2시간 정도면 수문 차단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21미터는 최근 태안발전본부 내 발전소의 2단 게이트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실증에 성공하면서 국내 발전소 대부분에 이 설비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21미터의 신기술은 현재 서인천발전본부 전체에 도입이 된 상태다. 이밖에도 평택복합화력 일부와 태안발전본부 일부에도 기술이 적용, 해수취수설비 정비 작업의 안전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인천발전본부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발전본부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돼 있으며 현장 작업관리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21미터는 앞으로 자체 생산설비를 갖춰 사업영역을 한층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인재 채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강율 21미터 대표는 “자체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러 발전소로부터 우리 기술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사업이 본격화되면 본격적으로 인력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동안 현장에서 가장 스트레스였던 잠수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안전 확보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1미터가 지난해 서부발전이 제공한 현장에서 실증에 성공한 수중작업 대체장치.
21미터가 지난해 서부발전이 제공한 현장에서 실증에 성공한 수중작업 대체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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