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포장박스 대란에 속수무책 '아우성'
머니파워 달리는 조명업계, 부품공급 후순위로 밀려
부품가 폭등해도 가격 못올려, 업체만 속앓이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를 활용한 제조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제공 : 연합뉴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를 활용한 제조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제공 : 연합뉴스)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반도체 부족 사태가 전 세계 제조산업을 덮치면서 국내 조명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뿐 아니라 비반도체 소자까지 덩달아 가격이 폭등하며 제품 생산비용이 판매비용을 앞지르는 기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자동차, 가전 등 대형 제조산업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된 웨이퍼, 리드프레임 등은 LED조명에서도 주요하게 사용되는 부품이다. 그러나 규모가 큰 타 제조업에 비해 머니파워(Money Power)가 부족한 LED조명 업계에서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원공급장치(SMPS) 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SMPS 내부에 사용되는 MCU는 최근 활황인 가전업계와, FET는 자동차 업계와 각각 경쟁이 붙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PF(역률) 계열 부품들도 공급량이 부족해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인해 대부분 부품들이 2~3배씩 가격이 뛰었으며 이마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평균 한 달이면 충분했던 부품 납기기간이 4~5개월씩 걸려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PCB 등 비반도체 소재에도 가격폭등과 공급정체 현상이 전염되는 모양새다. 반도체 부품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대형 업체들이 완성품 제조를 위해 비반도체 물품까지 미리 주문하는 오버부킹(Over Booking)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LED조명 생산 현장에서는 반도체 관련 부품뿐만 아니라 납품에 필요한 포장박스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골판지 상자 원지의 원료인 폐지 수입에 제동이 걸린 데 이어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대양제지와 골판지 회사 신안피앤씨에서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전 산업계에서 포장박스 대란이 일어난 상황이다.

이에 가장 먼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곳은 납품 날짜가 정해져 있는 건설사 시공 현장과 관급시장 업체들이다. 생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건설사와 연단가 계약을 맺는 등 가격이 고정된 경우 적자를 보면서 제품을 납품할 수밖에 없고, 전기공사가 예정된 관급 공사의 경우 어떻게든 날짜를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나 가전 등 대기업 위주의 사업들은 정부 차원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조명산업은 규모가 작고 정부와 소통창구가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쌓아놓은 재고가 소진되면 앞으로 부품 정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당장 손쓸 도리가 없어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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