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지식재산권 인정, SK-사업 리스크 제거
SK, LG에 현금 1조+로열티 1조 배상…실리 택했다
국내외 쟁송 취하, 10년간 추가 쟁송 금지 ‘상징적’ 의미
LG엔솔·SKIET, 리스크 제거로 IPO 흥행 예고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과 SK이노베이션(SK)이 배터리 분쟁을 종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SK가 LG에 총 2조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 양 사의 협업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LG와 SK는 지난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미국 ITC에서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는 마무리 됐다. 합의 조건은 SK가 LG에 현재가치 기준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지급하고 양 사는 배터리 관련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양 사의 배터리 분쟁은 2019년 4월 LG가 미국 ITC에 SK를 영업비밀 침해건으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SK가 자사 배터리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까지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그해 9월 SK는 LG를 특허침해건으로 제소했고, 며칠 뒤 LG도 SK를 특허침해로 맞제소했다.

2020년 2월 ITC의 영업비밀 침해소송 예비판결에서 SK 패소 판정이 났고 이는 올해 2월 최종판결에 그대로 이어졌다. ITC는 판결 조치로 SK에 향후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관련 부품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다만 폭스바겐과 포드 공급물량에 대해서는 각각 2년, 4년 유예 조치를 했다.

SK는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정식 요청했다. 미국 행정부는 거부권 마감시한 하루를 남기고 양 사의 중재를 이끌어냈다.

◆승자는 LG, SK 그리고 미국

이번 합의는 패자 없이 LG, SK 그리고 미국이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LG는 영업비밀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았고 이를 통해 SK로부터 2조원의 배상금도 받게 돼 투자금 확보가 용이해졌다. 게다가 8~9월로 예상되는 주식상장(IPO)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3조원을 투입하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사업을 중단 없이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또한 20조원 규모의 폭스바겐향 배터리 공급을 비롯해 포드향 공급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리스크 제거로 5월에 추진 예정인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식상장도 순풍을 타게 됐다.

미국 언론은 이번 합의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 탈환 및 타도 중국을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번 합의로 LG와 SK의 기존 공급계획이 유지되는 한편 추가 대규모 공급계획도 확보하게 됐다.

◆합의금 왜 2조원

공식적이진 않지만 시장에 알려진 합의 전 양 사의 합의금 규모는 LG 최소 3조원+알파, SK 최대 1조원이었다. 2조원 이상의 간극으로 인해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양 사는 정확히 중간인 2조원에 합의했다.

LG는 미국의 강력한 중재 압박 속에 최근 특허침해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는 것이 1조원 이상을 양보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SK는 미국 사업 중단 시 피해금액이 수조원에 달하고 리스크 제거로 SKIET 상장 대박을 터트리면 배상금 마련이 훨씬 수월해지므로 선뜻 1조원 추가에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10년간 추가 쟁송 금지는 무슨 의미

양 사는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서 10년은 특별한 의미를 둔 기간이 아닌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가 인정한 LG의 지식재산권(IP)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본 것이다. 같은 의미로 미국 ITC도 SK에 10년간 미국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즉, 10년은 양 사가 이번 분쟁에 대해 더이상 쟁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타임라인]

4월 LG화학, SK이노 상대로 美 ICT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

5월 LG화학, SK이노 상대로 韓 경찰에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 고소

6월 SK이노, 韓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9월 SK이노, LG화학 상대로 美 ICT에 특허 침해 소송

LG 화학-SK 이노 CEO 회동 결렬 경찰, SK 이노 압수수색 LG화학,

美 ICT에 특허 침해 맞소송 ITC, 영업비밀 침해소송 관련하여

SK 이노베이션 중요문서 제출 누락으로 포렌식명령

2020

2월 美 ICT,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SK이노에 조기 패소 예비 판결

4월 美 ICT, 전면 재검토 결정

8월 韓 법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1심 SK이노의 패소 판결

12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2021

2월 美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최종 승소 판결

3월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α, SK이노베이션은 1조원대 초반 합의금 주장

4월 1일 특허침해 예비 판결, SK 승리

4월 11일 LG-SK가 공동 합의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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