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화두이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이니셜을 붙여 만든 용어이다. 기존 경영환경에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권고되던 이슈들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당면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CSR은 기업의 무조건적인 이윤추구 과정에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ESG는 이러한 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영활동의 재무적 측면과 보다 강하게 연계되며, 시장에서 활동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중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과제인 환경 측면의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도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화두로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되는 새로운 질서 재편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며, 기상이변, 미세먼지 같은 기후변화 위기의 일상적 체험은 주요 선진국 중심에서 개발도상국까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ESG 대응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ESG 채권 발행이 이어지며 금융시장이 그린뉴딜의 기조에 강화게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공기업과 금융회사 중심의 ESG 채권시장에서 일반 민간기업의 ESG 채권 발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ESG 채권이란 ESG 기준에 부합하는 용도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특수목적 채권으로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 개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목적으로 발행된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성격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셜본드 발행이 이어지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이러한 추이는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작년에 시작된 COVID-19의 발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의 공유 필요성을 증가시키며 ESG 채권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다.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의 탈석탄 정책 선언도 이어지고 있고, 주요 금융사들 역시 석탄발전에 관여한 기업의 회사채 투자를 중단 하기로 결정하였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ESG는 기존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전력회사 입장에서도 변화된 대응을 요구하는데, 경제성이 주요 이슈였던 에너지 서비스에 다양한 유인이 생성됨을 의미한다. 분산형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통해 고압 송전 중심이었던 전력산업이 저압 배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최종소비자를 주요 플레이어로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실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재무적(경제적) 유인만으로는 최종소비자를 움직이게 하기 힘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비에너지 분야 및 비재무적 유인과의 접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에너지 정보를 금융 정보와 결합하여 상권분석을 한다던지, 건물 에너지 관리 이슈를 부동산 정보와 결합하거나 건축물 설계단계부터 에너지효율을 고려하는 접근 등은 에너지 데이터와 타분야 정보나 데이터와 결합하여 콘텐츠화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ESG는 이러한 흐름을 경제 활동의 전제 조건화함으로써 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조달하는 측면보다는 어떻게 조달하는지가 중요해지는 과정에 스토리텔링이 적용되어 해당 기업의 브랜드에 차별화된 콘텐츠를 입히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 비즈니스다”라는 말이 있듯이, 광고 시장에서도 오래전부터 상품 자체에 대한 소개보다 재미있는 스토리 중심의 간접 광고 방식이 도입되어 왔다. 티비에서 유튜브로 미디어 채널의 중심축이 전환되며 이러한 추이는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는 미디어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는데, 일단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유입시킨 후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서비스의 경우도 이러한 시도가 P2P 에너지 거래에서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스토리 공유로 시도되었으나, 공급자 대비 소비자들의 참여와 관심을 끄는데는 큰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제한된 콘텐츠로 더 비싼 요금을 부과하고 경제적 편익이 낮은 P2P 에너지 거래에 소수 소비자의 참여에 의존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떠오른 ESG 화두는 기업 전반의 비즈니스 활동과 브랜드 이미지 재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보다 많은 재원이 투입되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리라 전망된다. ESG와 관련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어떤 활동들을 통해 달성해 가는가는 기업들의 차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으며, 기술 격차나 가격 경쟁력의 비중이 크지 않은 에너지 산업이 타 산업 및 콘텐츠와 연계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형성하고 에너지 산업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필자이력(강동주) ▲연세대 경영학박사 ▲홍익대 전기공학박사 ▲(주)해줌 연구소장 ▲부산대 산학협력중점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연구교수 ▲대한전기학회 전기설비부문회 학술이사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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