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전 GE 엔지니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서 주장
지하수 유입막고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로 활용하는 게 현재로썬 최선

그린피스 관계자가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성 물질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관계자가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성 물질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토시 사토 전(前) GE 엔지니어는 4일 그린피스가 화상회의 시스템 줌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0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현행 폐로 계획으로는 원자로 내부 곳곳에 퍼져 있는 수백 t의 연료 파편에 대한 전면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며 계획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사토 엔지니어는 현재 후쿠시마 원전 2호기 내부에 남아있는 연료파편 중량이 250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파편들은 원자로 내부 뿐 아니라 하단까지 곳곳에 퍼져있는 상태로 일본 정부는 측면 관통구를 뚫어 로봇팔을 통해 이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라는 게 사토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토 엔지니어는 정부의 이 같은 계획으로는 연료파편 샘플을 조금 채취할 수 있을 뿐 본격적인 철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현실적으로 원전부지를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보다 실현가능한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연료파편을 회수하는 것보다 충분한 로봇기술의 발전을 기다리며, 오염수를 최대한 차단하는 방향으로 폐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게 사토 엔지니어의 제언이다.

먼저 오염수를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발전소 부지 인근에 지하수 흐름을 차단하는 7m 너비의 도랑을 파야한다고 전했다.

사토 엔지니어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원자로 내부의 연료파편으로 발생하는 열을 잡기 위한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지속적으로 원자로 내부에서 오염수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하수 역시 원자로 내부로 스며들어 오염수 발생량이 더욱 늘고 있다. 봉토벽을 설치했지만 설비 균열로 인해 적지 않은 지하수가 내부로 누설되고 있다는 것.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주변에 도랑을 파 흐름을 함구적으로 막아야한다고 사토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아울러 냉각수 투입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2호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은 인체에서 발생하는 열 대비 5분의 1도 되지 않는 상황으로 공학적인 연구를 동반한다면 냉각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토 엔지니어는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발전소 부지 내의 연료파편을 모두 회수하고, 사실상 맨 땅으로 만드는 것도 어렵다. 또 오염된 흙을 옮겨갈 장소 역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사토 엔지니어는 방사능이 공기나 지하수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비를 개선하고 연료파편의 회수를 연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차라리 후쿠시마 원전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로 사용하며, 추후 선량이 감소되고 더 나은 회수기술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사토 엔지니어는 “일본 정부의 폐로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하수를 전면차단해 오염수를 더 이상 만들지 않고, 발전소 부지를 드라이 아일랜드로 만들어서 폐기물을 매립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며 “무리하고 비현실적인 철거계획을 이대로 추진하기 보다는 현실가능한 플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토 엔지니어의 이 같은 주장은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사고 10년을 맞아 작성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기술 분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도 이 보고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재 일본 정부의 폐로 계획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증가시켜 일본을 비롯해 최인접국인 한국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임박한 오염수 방류 계획부터 철회하고 올바른 폐로 계획으로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이날 발표된 ‘그린피스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 조사를 담은 보고서’를 소개하며, 후쿠시마 제염특별구역을 조사한 결과 실질적으로 제염 작업이 완료된 곳은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제염이 종료됐다고 지정한 7개 행정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8만3980헥타르 가운데 제염이 완료된 곳은 1만2309헥타르 뿐이다. 나머지 7만1671헥타르에는 여전히 방사성 물질의 위협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미에 마을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방사선량은 1.9μSv/h에 달했다. 일본정부의 장기제염목표치인 0.23μSv/h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4년 전 일본정부는 제염을 마친 지역에 대해 피난민들이 귀환해도 좋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림과 도로에 위험소지가 남아있다”며 “특히 산림에 남은 방사성 물질이 비가 오는 등 기후상황에 의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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