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2개 업체만 입찰 참여 가능해
실적 없는 업체가 참여하면 안정성은 어떡하나

GTX-A 노선도                                                      제공:국토교통부
GTX-A 노선도 제공:국토교통부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DL E&C(디엘이앤씨)가 발주한 GTX-A 무선통신설비 입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장비의 공급 보증을 요구해 해당 장비의 총판을 보유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 가능하도록 입찰 자격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지적이다. 입찰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관련 공사 실적이 전무한 업체가 시공을 맡게 될 수 있어 통신상의 안정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철도통신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의 시공사인 DL E&C는 최근 국내 주요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GTX-A 시스템공구 열차무선설비(LTE-R)공사’를 발주했다. 그러면서 입찰 참가 자격으로 미국 모토로라사가 판매하는 ‘TRS-TETRA’ 장비의 기술 및 물품공급 확약서를 명시했다.

무선통신 업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DL E&C 측이 요구한 기술은 해당 공사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보조적인 기술임에도 정작 주요 기술인 철도통합무선망(LTE-R)은 놔둔 채 보조 역할에 그치는 기술에 대한 보증만 요구했기 때문이다.

무선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철도 무선 설비의 중심은 LTE-R이며 TRS 기술은 기존의 설비 때문에 추가하는 수준”이라며 “정작 LTE-R은 놔둔 채 TRS 기술에 대한 확약서만 요구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말했다.

LTE-R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차세대 철도통신기술로 향후 발주되는 철도 공사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GTX-A 역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예정인데 다만 노선 중에서 SRT노선을 공유하는 수서~동탄 구간에는 이미 TRS-TETRA 장비가 사용되는 만큼 통신 호환을 위해 해당 장비도 함께 필요하다.

해당 기술과 장비는 미국의 통신장비 개발사인 모토로라의 제품인데 국내에서는 4개 업체가 총판권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모토로라측이 이중 A사와 B사 2개 업체에게만 확약서를 제공한 것이다. A사 또는 B사와 계약하고 확약서를 받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두 기업이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통신사와 함께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에 확약서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입찰 조건으로 입찰 참여 기업간 경쟁이 제한되면 발주처인 DL E&C조차 불이익을 보는 건데도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낙찰자가 결정되면 공급 확약을 받아오게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차순위 기업과 계약을 하면 해결될 일이라는 지적이다. 공급업체인 모토로라 입장에서도 제품만 판매하면 되는 것이기에 판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공급자가 칼을 쥐고 나머지는 피해만 입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확약서를 가진 두 업체 중 하나인 A사가 LTE-R 공사에 대한 실적이 전무한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업체는 TRS 관련 공사에 대한 실적만 있으며 LTE-R과 관련된 공사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작은 사업도 아닌 GTX라는 초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인데도 실적이 없는 업체가 공사를 할 수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통신설비는 안전과도 직결되는데 국민 안전을 담보로 도박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조적인 설비 공사 때문에 정작 핵심 설비에 관한 실적이 없는 기업에 자격을 주는 행태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확약서 때문에 결과적으로 A사보다 실적에서 앞서는 여러 기업들은 입찰 참여 기회조차 박탈됐다”며 “DL E&C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TRS-TETRA 제품의 확약서를 강조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업계는 이번 입찰이 추후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할 GTX-A의 나머지 5개 편성의 무선통신설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GTX-A구간에 배치될 20편성의 열차중 15편성은 DL E&C에, 나머지 5편성은 철도공단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20편성 모두 현대로템이 제조할 예정인데 현대측은 이번에 발주된 15편성 열차에 설치될 무선통신설비를 나머지 5편성 열차에도 그대로 적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계약의 낙찰자가 이후 철도공단이 발주할 5편성의 열차 시공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DL E&C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조적인 역할일지라도 TRS-TETRA 기술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인 만큼 공사 진행의 안정성을 조금이라도 더 담보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DL E&C 관계자는 “반대로 확약서를 요구하지 않았다가 낙찰까지 마친 뒤에 제품을 못 구하면 그것이 더 무책임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특정 업체의 실적 문제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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