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국내 기업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3, 4위를 차지했다. 순위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성장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26.8GWh로 1년 새 117.7% 늘어나 점유율 33.1%를 차지했으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용량이 각각 8.2GWh, 7.9GWh로 전년 보다 89.1%, 282.5% 늘었다. 점유율이 10.7%, 9.7%였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52.8%로 과반을 넘겼다.

그간 선두주자였던 파나소닉은 배터리 사용량이 25.6GWh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점유율은 2019년 48.6%에서 17%p 떨어진 31.6%에 그쳤다. 반면 중국의 CATL는 무섭게 성장해 2019년 0.2GWh에 그쳤지만 지난해 5.3GWh로 27배 급증했다. 점유율도 0.4%에서 6.5%로 높아지며 5위로 올라섰다.

배터리시장의 성장성은 예측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며, 숨 가쁘다. 또 중국 등 새로운 업체의 추격도 치열하고, 기술개발과 시장 선점 경쟁도 예측 불허다. 우리나라는 3개 회사가 경쟁을 통해 기술과 시장을 늘리며,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경쟁이 차짓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의 위상을 깎아 내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determination)에서 LG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앞으로 10년간 SK이노베이션의 미국으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한적인 배제 명령을 내렸다. 2년간 미국에서 벌인 세기의 소송전은 우리나라 두 회사에게는 치명적이었다. 2년간 싸우면서 소송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세계 4위 배터리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미국시장에서 철수해야하는 상황까지 놓였다. 당연히 영업비밀 침해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겠지만, 승자없는 싸움으로 K 배터리는 한번 상처를 입었다. 국내에선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코나의 화재로 인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LG화학이 치명상을 입었다.

아직 구체적인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 리콜을 결정한 만큼,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기 위해 힘차게 도약했던 K 배터리는 국내외에선 명예를 한번 실추했다. 이번 명예실추를 앞으로 반도체를 뛰어 넘을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추된 명예를 이른 시간내에 회복할 수 있게 ITC 소송 문제는 양사가 빠르게 협의해 대외 신뢰를 얻어야 하며, 배터리 화재도 해당 기업을 흠집내는 결과 발표가 아닌, 소비자의 안전에 방점을 둔 대책 마련에 힘을 줘야 한다. 배터리 3사도 서로를 파국으로 몰수 있는 경쟁이 아닌, 성장할 수 있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기술적으로 협력할 것은 분명히 협력해 무섭게 치고 울라오는 중국 등 해외기업과 초격차를 벌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