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수용성・비용보전’ 해결할 구체적 방안 제시해야
1차 에너지원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OECD 꼴찌
온실가스 배출 1위 中, 연 530조 투자 100GW 설비 증설
獨・英, 재생에너지 화석 제치고 최대 에너지원 부상

풍력발전기. 제공 : 연합뉴스
풍력발전기. 제공 : 연합뉴스

[전기신문 정재원 최근주 기자]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강조함에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세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09년의 1.7%에서 2019년에는 4.8%로 10년새 3.1%p 증가했으나, OECD 국가의 9.3%p, 아시아 평균인 8.7%p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0 OECD 한국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해 36개 회원국 중 꼴찌다. 전기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8.3%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자 한국도 따라가는 모양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2050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로 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가 값싼 화력과 원자력 발전에 치중하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집중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올리고 전환에 성공했다.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뒤처진 한국이 다른 국가들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선 국가적 투자와 구체적인 방법 설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지난달 4일 발표한 ‘전력경제 REVIEW’에서 “전원믹스 및 에너지효율 향상 등 세부 이행계획을 확정하고 목표 이행에 필요한 비용 규모 추산과 효율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아였던 중국, 탄소제로 발표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급증

중국은 2007년 이래로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석탄발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도 100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그런 중국도 에너지전환을 꾀하며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UN 총회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중국의 전원믹스에서 재생에너지는 2018년 기준으로 6%에 지나지 않지만 이는 2030년에는 20%, 2050년에는 60%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중국은 향후 30년간 100조위안(약 1경6000조원, 연간 530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신규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전원믹스 구성 불확실성 높은 일본

일본은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후 2013년 석탄발전 이용이 급증했다. 그 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3억2000만t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이후 소폭 감소 및 정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일본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선언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해 10월 국회 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탈탄소화 달성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였지만 에너지 리서치 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FF)의 전망치에 따르면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8%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주로 보급되던 태양광은 입지 포화 상태에 이르러 그린 수소나 암모니아 가스와 같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시대, 미국엔 큰 변화 온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66억7700만t으로 세계 2위다. 1990년 배출량인 64억4000만t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특히 트럼프 대통령부터 화석에너지 개발 확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2018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8%로 우리보다 높고 민간발전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2019년 미국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130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 소비량을 추월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따라,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5년 전력부문 탈탄소화, 2050년 탄소 중립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선거에서 블루웨이브를 달성했기에, 계획이 어려움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청정에너지와 저탄소 녹색 인프라에만 무려 2조 달러 규모를 투자해 2035년엔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8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나가는 유럽, 비중도 세계 최고

유럽에선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제치고 최대 에너지원이 됐다. 특히 독일과 영국이 주도적이다.

2018년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4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은 2020년엔 계획했던 탄소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독일은 2019년 발효된 기후보호법에 따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중립을 추구할 예정이다.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2030년엔 65%, 2050년엔 85%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영국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4억6000만t으로, 1990년 7억9000만t 대비 42% 감소했다.

특히 전기부문 배출량이 대폭 하락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당히 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18년 기준 35%로 2050년엔 이를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영국도 해상풍력을 40GW 확대하고, 수송·난방을 전기화할 구상이다. 독일과 달리 탈석탄으로 가되, 원전은 유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갈 길 멀다

우리나라의 2018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3000만t으로 세계 7위권이다. 1990년 배출량인 2억9000만t 대비 14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전기·열 부문 배출량은 2억9000만t으로, 1990년 배출량 5000만t 대비 480% 증가했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이다.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한 원인이다. 수력, 바이오·폐기물 발전을 합하더라도 우리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 기준 6%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38%를 달성한 EU나 2018년 18%를 달성한 미국은 물론이고 2018년 기준 21%인 일본에게도 뒤진다. 중국의 경우 같은 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6%로 한국과 같았으나, 중국은 2020년에만 태양광 48.2GW, 풍력 71.7GW의 설비를 설치하는 등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전환이 이토록 더딘 데에는 주민 수용성과 비용 보전의 문제 등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탓이 크다. 특히 기술·경제·환경적 어려움이 크다. 먼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80%까지 올리기 위해선 225GW의 설비가 필요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157~207GW에 불과하다. 이를 초과할 경우 토지 매입비용 급증이나 주민 수용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 배전·송전선로·변전소 등 대규모의 계통 보강은 물론 출력 변동성 수용을 위한 유연성 설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규모 비용이 예상되지만 재원 조달 수단과 법·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아, 해외 대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세부 이행계획을 확정하고 필요한 비용 규모 추산 및 비용 효율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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