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품 선택은 제조사 권한” 방침

변압기 부싱의 원산지를 놓고 제기됐던 논란이 일단락됐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변압기 부싱의 원산지를 놓고 제기됐던 논란이 일단락됐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송세준 기자] 변압기 부품의 원산지를 둘러싼 논란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선 변압기 부싱(Bushing)의 원산지를 놓고 수입산 부싱을 변압기에 채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전 자재처 자재총괄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변압기 부품에 대해 원산지를 규정한 적도, 규정할 수도 없다”면서 “애초부터 부품은 변압기 제조사가 알아서 선택하는 영역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원산지 논란, 왜 시작됐나= 변압기 부싱(Bushing)은 고압측과 저압측 단자를 외부로 인출할 때 도체를 변압기 외함과 절연시키는 장치다. 변압기 품질과 관련해 중요 부품 중 하나로 꼽힌다.

논란의 발단은 2019년 말 부싱 제조업체 A사가 변압기 제조사를 통해 한전 검수를 신청하면서부터다.

A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상당수 기업들은 이 때부터 A사 부싱이 중국산이고 국내에 제대로 된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며 한전용 변압기에 채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2월부터 B사 등은 한전에 공문을 보내 “한전 도면승인 과정없이 KERI 시험만 거치면 변압기 부싱 공급이 가능한가, 부싱은 변압기 핵심부품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제조설비나 시험설비 없이도 등록할 수 있는가”라며 문제제기를 본격화 했다. 6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유사한 내용의 질의서를 보내고 한전 자재처, 자재검사처, 배전계획처 등을 찾아 민원을 제기했다.

B사 관계자는 “그동안 부싱 업체들은 자체 제조·검사 설비를 갖추고 한전의 개발사용승인(도면승인)을 거쳐 KERI의 형식승인을 받아 부싱업체로 등록해왔다”며 “하지만 A사의 경우를 보면 과거의 제반 절차가 무시되고 외산제품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미인데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 자재처는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질의 회신을 통해 “공인시험기관의 시험결과 적합시 핵심부품으로 등록이 가능하고 별도의 사전승인절차는 없다. 핵심부품 제조사는 해당기자재 공급 유자격자(변압기 제조사)가 관리한다”고 답변했다.

이러자 B사 등 3개사는 지난해 8월, 본지에 ‘한전 주상변압기 제조사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변압기 주요 부품은 원산지를 포함해 엄격한 품질관리가 요구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전 “부품 원산지 제한 규정은 없다” 종지부= B사 등은 한전의 서면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 한 방송사에 해당 내용을 제보했다.

최근 ‘갑자기 중국산 납품 허용’이란 제목의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해당 보도는 한전이 지난해 규정을 갑자기 바꿔 중국산 수입을 허용했고, 본래 수입 부품은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한전이 중국산을 허용하면서 국산 업체에 단가인하 압박이 가해지고 있고 앞으로 외산에 대한 품질 검증 의무화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지 않다.

일단 한전 규정은 변경된 적이 없다. ‘기자재 공급자 관리지침 및 부록’에 따르면, 부품에 대한 원산지 제한 규정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한전이 지침을 바꿔 중국산이 갑자기 허용됐다는 얘기는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부품 공급사를 선택하는 것, 즉 변압기 부싱을 선택하는 것은 완제품 공급사가 결정할 사항이고 수입품 사용여부를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전은 완제품에 대한 성능 검사시 부품 성능을 항목에 포함해 확인하고 있고 납품 검사시 이를 재확인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부품 성능 미달로 완제품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완제품 공급사를 제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의 관리 범위는 변압기 제조사에 국한된다는 의미다. 관련 부품은 변압기 제조사가 알아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이 명확한 원칙을 밝힘에 따라 1년여에 걸쳐 이어진 변압기 부품 외산 허용 논란도 자연스럽게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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