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건설붐, 전기차 생산, 美 재정부양책 등 작용 원인
전선업계, 구리 가격 급등세에 구매 시기 놓칠까 부담

LS전선 직원이 케이블 드럼을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LS전선 직원이 케이블 드럼을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최근 구리가격이 급등하며 전선업체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가격 기준으로 지난 12일 전기동(구리) 가격은 t당 7983달러를 기록했다.

전기동은 지난 2018년 6월 t당 7000달러대를 기록한 후 서서히 하락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 3월에는 3년 만에 최저치인 t당 4617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최근까지 급등하며 지난 8일에는 t당 8146달러로 8년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닥터코퍼’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는 실물경제를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리가격 상승 또한 코로나19를 극복한 중국의 건설붐을 비롯해 전기차 생산, 미국의 재정부양책 등이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를 반증하듯 구리와 함께 건설업에 많이 쓰이는 철광석은 지난주 t당 169달러를 기록하며 연평균(t당 108달러)보다 약 56% 증가했으며 알루미늄 또한 4월 6일 t당1130원 최저치에서 이달 12일 1974원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 전선업체 입장에서는 구리가격의 이 같은 상승세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대기업의 경우 해외수주처럼 공사일정에 맞춰 납품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경우 공급시점의 구리가격을 최종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계약에 포함하고 있다. 지금의 구리가격이 오르면 매출 규모 또한 커지기 때문에 구리가격 상승을 반길만 하다.

반면 주로 당월 생산한 제품을 당월 납품하는 중소 전선업체들의 경우 치솟는 구리가격을 보며 구리를 사들이는 데 부담이 생긴다. 언제 구리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지 모르는데다가 제품 최종가에 구리 가격이 바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구리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서 전선업체에 미리 주문을 넣는 곳들도 있다.

전선업체 관계자는 “지금 구리를 샀다가 내일 폭등하면 이득을 보겠지만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전날 구리를 사지 않은 결정을 후회하게 되는 것”이라며 “국제시세 때문에 의도와 관계없이 생산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에 대한 전선업계의 고민은 구리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 또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최대 141% 폭등하며 케이블 제조에 사용되는 컴파운드, PVC, VCM(Vinyl chloride monomer; 염화비닐모노머) 등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전선업체 관계자는 “구리가격이 오를수록 노하우와 경영 능력이 비교되며 업체들의 경쟁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업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생산단가에 컴파운드 가격이 반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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