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올해 수요 하루 9710만배럴, 전년비 6.2%↑
백신 접종 이후 하반기부터 수요 회복 기대
SK이노 주가 25만원 돌파, 시장 기대감 커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제설비 전경.
SK이노베이션 울산 정제설비 전경.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가 올해는 항체를 갖추고 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학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수소, 배터리 등 신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어 몇 년 후에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손익을 가늠할 수 있는 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5째주 배럴당 1.8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3월 2째주 이후 가장 높게 올랐다.

정제마진은 생산품인 석유제품에서 원료인 원유가격과 생산비용을 제외한 1차 마진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정유업계의 손익을 가늠할 수 있다.

정유사의 손익분기점 정제마진은 3~5달러이다. 이하에서는 손익이 제로이거나 적자가 발생한다.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지난해 3월 2째주 3.7달러를 끝으로 이후부터 9월 2째주까지 거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후 플러스로 회복하긴 했으나 1달러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12월 마지막주에 가장 높은 1.8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정제마진 상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기대감, 바이러스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일부 국가의 수요 증가, 겨울철 난방연료 사용 증가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9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하루 1190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중국의 국영석유회사 시노펙(Sinopec)의 산하 연구단체인 EDRI는 중국의 올해 석유제품 소비량이 항공유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2019년 대비 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휘발유·경유 수요 2019년 97~99% 회복

올해 상반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원유 수요가 지난해보다 6.2%(570만배럴) 증가한 하루 9710만배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유 수요는 예상보다 느린 회복세를 보이지만 휘발유와 경유 수요는 2019년 수준의 97~99%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국제유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원유 생산량은 주요 생산국의 모임인 OPEC+의 단합으로 결정되고 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비OPEC 산유국의 모임이다.

이들은 정기모임을 통해 원유 생산량을 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초 개최된 OPEC+ 총회에서는 기준생산량(2018년 10월 수준) 하루 4210만배럴 대비 770만배럴 감산에서 올해 1월부터 매월 50만배럴 증산하되 매월 시장감시위원회를 통해 감산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생산량은 3490만배럴, 2월 생산량은 3540만배럴, 3월에는 3590만배럴로 상향된다.

하지만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은 석유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생산량을 더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어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제재로 석유 수출이 금지된 이란이 수출 재개를 준비하고 있어 공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중동 산유국 중 사우디에 이어 2위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지도부가 온건파인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빠른 협상을 통해 제재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란 지도부는 자국 석유산업에 올해 원유 생산과 수출을 늘리기 위한 준비를 명령했으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올해 예산안에서 하루 230만배럴의 석유판매를 잡아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단기에너지전망(STEO)에서 예측한 올해 WIT, Brent 국제유가. 단위: 달러/배럴. ()는 전월전망대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가 단기에너지전망(STEO)에서 예측한 올해 WIT, Brent 국제유가. 단위: 달러/배럴. ()는 전월전망대비.
◆지난해 12월 수출액 20억달러 회복, 코로나 이후 최고

국내 석유 수요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석유 생산량은 9204.6만배럴로 전월 대비 0.2% 증가했으며 내수(국내 소비)량은 7128.1만배럴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수출량은 3892.5만배럴로 전월 대비 0.4% 증가했고 수출금액은 18억6300만달러로 전월 대비 5.3% 증가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석유제품 수출액은 20억9100만달러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장 정유사의 주가는 최근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6만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지난 6일에는 25만7000원까지 올랐으며 에쓰오일은 지난해 3월 5만270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가 6일 기준 7만37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정유 4사는 총합 5조원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하반기 수요 및 정제마진 회복으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정유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배럴당 42달러 유가가 12월 50달러로 오르면서 레깅효과 및 재고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깅효과는 원유 구매 이후 우리나라까지 운송 기간인 대략 2~3주 동안 가격의 변동을 뜻하는 것으로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 있어 손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석유 수요 회복세는 분명하나 낮아진 설비가동률, 높아진 제고 등을 감안하면 업황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국제유가의 추가적 강세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은 레깅효과 및 재고 손익 측면에서 지난해 4분기 대비 악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상장업체의 올해 예상실적은 ▲SK이노베이션 매출 38조2714억원, 영업이익 2247억원 ▲에쓰오일 매출 19조168억원, 영업이익 5304억원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최근 단기에너지전망(STEO)에서 올해 WTI 가격으로 1분기 44.5달러, 2분기 45.52달러, 3분기 46달러, 4분기 47달러 등 연평균 45.78달러로 전망했다. 브렌트유(Brent) 가격은 1분기 47달러, 2분기 48.02달러, 3분기 49달러, 4분기 50달러 등 연평균 48.53달러로 전망했다.

조영화 석유공사 석유동향팀장은 최근 ‘2020 국제석유시장 평가와 2021년 전망’ 리포트에서 “대부분 기관들이 내년에는 석유수요가 상당히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는 팬데믹 이전의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발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가 강세요인과 아울러 불안한 요소 또한 여전하므로 내년 브렌트 유가는 현행 유가수준과 비슷한 배럴당 50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이어 “다만 신속한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된다면 60달러 혹은 팬데믹 이전의 유가 수준으로 회복 가능하다는 의견도 전혀 불가능한 전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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