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에 기후·환경 비용을 단계적으로 반영해 별도로 분리 고지하고,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연동시키는 연료비 연동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적시에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2013년 이후 조정 없이 운영돼 왔다. 또 신재생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관련 비용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내년부터 개편되는 전기요금은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되, 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또 기후환경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관련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를 소비자들이 인식하도록 했다.

많은 전력 전문가들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하고, 기후환경비용을 분리 고지해 에너지전환 및 기후변화 대응에는 그에 합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산업부와 국회, 기획재정부까지 넘어야 할 산이 참 많았는데 결국 개편안이 확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요금개편 왜 필요했나.

현행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낮은 발전기 순으로 가동을 하는 구조다. 연료비가 가장 낮은 원자력발전부터 가동하고, 석탄, 가스(LNG)발전 순으로 가동된다. 2019년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환경비용이 높지만 연료비가 낮은 석탄발전량 비중이 40.4%로 가장 높았다.

전기생산시 환경 비용을 반영하면 석탄발전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석탄발전량이 줄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지금도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에는 환경부담금이라는 세금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비용이 부과되고는 있지만, 전기요금에는 반영 되지 않다 보니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 현행 전기요금은 전기생산 원료인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의 가격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도시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과의 상대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후·환경 비용과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얻는 편익은.

기후·환경비용은 더러운 에너지에서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거래비용(ETS),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 등을 포함한다.

현재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는 기후·환경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할 경우 관련 비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자발적 동참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석탄발전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석탄발전량은 감소하고, 부과된 비용은 환경개선 등 공익을 위해 사용이 가능하다.

또 연료비 변동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면 제대로 된 가격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요금 개편에 따른 요금 변동 효과는.

기후환경 비용의 반영비율에 따라 전기요금 변동 효과는 다르다. 2019년 기준 한전은 매출 60조원 중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 2조원, 배출권거래비용 6000억원 등 2조6000억원(4.4%)을 에너지전환 비용으로 썼다. 2021년 1월 적용 예정인 기후환경요금은 5.3원/kWh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 수준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신재생 발전비용은 2024년 4조2000억원 규모로 증가하고, 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로 봤다. 배출권구매비용도 내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이 늘어나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감안하면 연평균 1.45~4.12% 정도의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비 연동제는 유가·환율 등의 변화에 따라 확정돼 예측이 어렵다. 다만 최근 유가 하락 추세에 따라 내년 1~3월에는 –3원/kWh, 4~6월에는 –5원/kWh 등 총 1조원 정도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내년까지는 요금 인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향후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경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전기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산업통사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기후환경비용은 추후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든지, 배출권 비용 증가 추세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오를 지에 대해서는 배출권 가격, 유상할당 비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또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는 4인 가구 기준으로 매월 약 1050원 정도 요금이 낮아질 것”이라며 “하반기까지는 상반기와 같은 인하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의 영업실적과 관련해서 정창진 한전 요금기획처장은 “유가와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전망하기는 사실 쉽지 않지만 현재 전망으로는 대략 1조원 내외 정도 영업이익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개편) 김정일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 일문일답

▶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과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사회적 합의가 충분했나. 기후·환경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나.

“올해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국민대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내놓은 권고안, 정부에 내놓은 권고안에 연료비 연동제와 기후환경비용을 반영할 것을 권고한 바가 있어서 국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거쳤다고 본다.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고, ETS 비용이 늘어날 경우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도 불가피하다.”

▶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기후·환경 비용 항목이 달라질 수 있나.

“현재로서는 RPS, ETS, 석탄 감축 비용 이외에 또 다른 비용 항목이 신설되거나 조정될 여지는 없다.”

▶ 전기요금 개편 시 내년 소비자가 실제 낼 전기요금 변동은 어떻게 되는지.

“평균적인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는 매월 약 1050원 정도 감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4~6월은 평균 월당 1750원 정도 전기요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인하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용도별 요금제를 전압별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추가 개편 계획은 없나.

“이번 개편안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들을 중점적으로 담았다.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개편 계획은 없지만 검토해 나가겠다.”

▶ 앞으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결국 전기료도 상승할 수밖에 없을 텐데.

“유가 전망치는 내년도 약 40불대 후반 정도로 전망된다. 유가변동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다.”

▶ 게시별 요금제 적용을 위한 스마트미터기 설치 확대 계획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있는지.

“스마트미터기는 지금 한전이 약 2200만 가구에 대해서 2024년 100%를 목표로 보급사업을 하고 있다. 그린뉴딜사업에서 한전과 계약 돼 있지 않은 약 500만 가구에 대해서 2022년까지 추가적으로 스마트미터기 설치하도록 저희가 예산을 투입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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