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재료 중국 의존도 높아
배터리 1위 뺏기는 건 시간 문제
규제자유특구 등 규제 완화·정부 지원 절실

중국 배터리 굴기의 선봉에 선 CATL.
중국 배터리 굴기의 선봉에 선 CATL.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계가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곧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배터리업계에서 한가득 나오고 있다.

기술력에서는 격차가 거의 좁혀졌고 가격경쟁력과 밸류체인에서는 크게 뒤처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는 배터리 분야가 신산업인 만큼 규제 개혁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을 모두 갖추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핵심 소재, 부품 등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부가가치율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배터리 4대 구성요소 중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LG화학, 에코프로비엠, 한국유미코아, 엘엔에프 등이 생산하고 있지만 양극재의 전 단계인 전구체는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전구체 생산기업인 에코프로지이엠(GEM)은 에코프로와 중국 전구체 생산업체인 GEM의 합작사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지난 4일 포항공장 방문단에게 “(국내 기업들이) 전구체를 거의 100% 중국에서 사오고 있다”며 “양극재 kg당 20달러 가운데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몫은 30%인 6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 14달러는 거의 중국 기업이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철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구원은 3일 포항국제컨퍼런스에서 “2030년 배터리 양극재 수요가 27만5000t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70조원가량”이라며 “이 어마어마한 시장을 중국에 뺏길 수는 없다. 소재를 국산화하지 않으면 국내 업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한국은 35.1%로 1위, 중국은 26.7%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판매순위 10개 업체 중 테슬라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 업체가 차지했고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올해 2월 0.6GWh에서 5월 3.6GWh, 7월 5.0GWh, 9월 6.4GWh로 크게 증가한 점에 미뤄 중국이 배터리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분석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규제자유특구 확대 등 규제 완화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동채 회장은 “국내 배터리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환경 솔루션 기업인 에코프로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등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산업단지 33만㎡(약 10만평) 부지에 양극재 생산 전주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국내 업체 대부분은 원재료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완성된 (배터리)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 국내 업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원료 공급처 다변화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업체 간 협력이 필요하고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 중국과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사용후 배터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전기차의 폐배터리 소유자를 기존 지자체에서 운전자로 전환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