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배럴당 1달러도 안돼 역대 최악 실적
화학 스프레드 t당 500달러 넘어, 마진율 50~70%

전남 여수화학단지에 있는 금호석유화학 설비의 모습.
전남 여수화학단지에 있는 금호석유화학 설비의 모습.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다 돼 가는 가운데 정유산업과 화학산업의 운명이 완전히 엇갈렸다. 정유산업은 이동 제한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역대 최악의 시황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화학산업은 1회용품 수요 증가와 낮은 원료가격으로 역대 최고 시황을 보이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의 손익을 가늠할 수 있는 정제마진은 올해 초부터 9월 2째주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보이다 이후 배럴당 2달러까지 올랐으나 다시 11월 4째주 0.9달러로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11월 초 배럴당 39달러에서 최근 47달러까지 오르면서 정유업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실제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을 반기고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수출국 연합 OPEC+의 감산 속에 미국 차기 대통령에 신규 원유시추 금지 공약을 내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실제 석유제품 수요는 늘지 않고 있어 오히려 정제마진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료인 원유가격과 운송비, 제조비 등을 제외한 수치이다.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매가격은 변동이 없는 가운데 원료가격이 올라 마진이 떨어진 것이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 정제마진은 대략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4분기에도 석유제품 시황 회복 가능성이 적어 올해 정유업계는 역대 가장 안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사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정유업종 매출 BSI는 80으로 제조업 평균 84보다 낮았다. 4분기 매출 전망 BSI도 80으로 제조업 평균 89보다 낮았으며 주요 12개 제조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정유 4사의 영업적자는 총 4조원이 넘는다. 사별 영업적자는 SK에너지 1조7492억원, GS칼텍스 9293억원, 에쓰오일 1조1821억원, 현대오일뱅크 5149억원이다.

반면 화학시황은 역대급을 달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11월 5째주 기준 기초화학제품의 t당 스프레드(마진)는 에틸렌 548.6달러, 프로필렌 548.6달러, 부타디엔 938.6달러로 1년전 대비 각각 156.5%, 125%, 219.4% 증가했다. 에틸렌과 부타디엔 판매가격이 각가 950달러, 1340달러이므로 마진율은 각각 58%, 70%인 것이다.

이와 같은 기초화학 제품의 시황 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용 및 포장용 수요 증가와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 중단과 중동발 운송 차질 같은 단발적 요인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화학산업의 3분기 매출 BSI는 90으로 소재부문에서 가장 높았다. 4분기 매출 전망 BSI는 97로 가전, 자동차와 함께 제조업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대표 화학업체인 LG화학은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97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분기 860억원 적자에서 3분기 1938억원으로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별도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3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했다.

앞으로도 화학산업 시황 호조는 지속되고 정유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돼 항공업이 되살아나는 시점을 반등 시기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플라스틱 규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체 소재가 없어 화학 시황 호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유 시황은 항공유 수요 회복이 가장 관건이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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