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업과 손잡고 사업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ABB와 KT의 ‘ICT솔루션 활용 에너지 효율화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현장에서 ABB 고위관계자가 KT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 밝힌 말이다.

ABB라면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와 함께 세계 3대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꼽힐 정도로 경쟁력 있는 회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기업과 손잡는 방법을 선호했다.

전선업체에서도 거의 같은 얘기를 전한 곳들이 있었다. 유럽,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공략에 성공하며 올해 매출 600억원, 지난달 기준으로 내년 계약규모 800억원을 돌파한 광케이블, 광부품, 광센싱 전문 기업 GOC 또한 현지화 전략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GOC는 프랑스에서는 과거 국영통신회사였던 ‘오렌지’와 합작회사 '텔고'를 설립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리나라 KT와 비슷한 위치인 ‘우즈벡 텔레콤’과 손을 잡았다. 인도네시아 또한 국영통신사인 인티그룹과 함께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표창을 수상한 천호산업 또한 비슷한 사례다.

천호산업은 인도의 서울지하철공사라고 할 수 있는 ‘델리메트로’와 계약을 맺고 실리콘 방호관의 개발 및 공급을 통해 15만달러(약 1억6700만원)의 인도수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인도 철도공사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수출하는데, 현지화 전략이야 당연히 좋은 거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인 두 곳의 사례를 보면 ‘당연하다’로는 부족하다.

GOC와 천호산업 모두 대표가 직접 나서 현지화 작업을 챙겼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의 절반 이상을 현지에 머무르며 직접 세일즈를 하고 교섭을 진행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오너가 장기간 회사를 비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대표가 나서야 대표급을 만나고,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는 생각은 두 회사 모두 같았다.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글쟁이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뜬구름 잡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전선시장에서 더이상 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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