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종영한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전공하는 음대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서정적인 언어로 보여 준 반면에 그 뒤를 이은 ‘펜트하우스’는 입시부정, 학교폭력, 부동산투기, 불륜 등 빗나간 상류층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통해 막장드라마의 끝판 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속에 오페라가 있다.

드라마 속에는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자녀를 명문 예고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부정을 저지르는데 대부분 성악이 전공이다.

사실 클래식에서 성악은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기악과 달리 수백만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악기가 필요 없다. 또 조기교육이 중요해서 4~5세에 시작하는 바이올린 피아노 등과 달리 변성기 지나서 노래를 시작해도 어느 정도 타고난 목소리만 갖추고 있다면 음대에 입학하는데 무리가 없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성악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데 있어서 가장 서민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2년 전 부산에선 지방선거 후 부산시장 인수위원회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관련 재검토의견을 제출해 민선 7기 조직개편에서 ‘오페라하우스추진단’이 사라지는 등 짓기로 했던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취소될 뻔 했다.

그 때 건립을 반대하던 진영의 논리는 ‘극소수 사람들의 놀이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취재하면서 알게 된 성악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추진을 위해 앞장섰던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장(당시 신라대 음대교수)은 퇴직금을 담보로 오페라단을 운영하면서 본인은 부산의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안 단장은 “수십 년 전 한국 사회에서 예술은 부유한 집안의 여자들이 좋은 곳에 시집가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남자들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사농공상의 유교적 분위기에서 무모하고 상당한 모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안 단장은 기자에게 “어머니까지 아들이 서울대에 다닌다고 했지 서울음대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면서 본인도 재학 중 법대나 경영대로 재입학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화가 반 고호를 연상시킬 정도 어려운 상황에서 예술을 했지만 시민들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부산에서 티켓 가격이 2000원인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했다.

지금은 작품 속에 재즈, 클래식 등이 녹아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이지만 젊은 날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수학(數學)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실상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예술이 발달한 아테네 사람들 대다수는 목수, 대장장이와 같은 생업에 종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오페라하우스는 2023년 준공 예정으로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음향공학이 적용된 최첨단 건물임에도 불구 전기공사는 법에 따라 분리발주됐으며 전기공사금액만 대략 250억원에 달한다.

내년에 또 부산시장 선거가 있지만 공사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공론화니 재검토니 이런 말들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스마트 공법이라는 탈을 쓰고 턴키라는 잡귀가 떠돌고 있는 가운데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최첨단 건물에도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할 또 다른 시금석이다. 성공적인 완공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