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서 ‘탄소중립’ 언급
중국·일본 이어 동북아 세 번째...탈탄소 흐름 영향
여권·환경단체 환영...산업계 공감 부족했다는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그린뉴딜에 8조원을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기후변화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 에너지전환의 가속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산업 지형의 대격변이 요구되는 선언을 업계 공감 없이 단 한 줄로 ‘슬쩍’ 넘어갔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제 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라며 탄소 제로를 공식화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일명 넷제로, 배출제로라 불린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70여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동북아시아에서는 지난 9월 중국, 이틀 전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로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린뉴딜에 8조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공적 에너지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의 세부계획도 언급했다. 정부는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 및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 전환에 2조4000억원, 전기·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저탄소, 그린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지역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깜짝’ 탄소중립 선언에 대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탄소중립 공식 선언을 적극 환영한다”며 “한국도 탈탄소 사회 전환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동참함과 동시에 기후 선도국가 도약의 계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현재 매우 느슨하게 설정된 2030년 목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탄소중립 선언은 유럽 선진국에서 중국, 일본으로 이어진 국제적 탈탄소 흐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탄소중립에 긍정적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급하게 선언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산업 지형이 다 바뀌는 중차대한 발표를 업계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급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여름부터 진행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산업계는 탄소중립보다 완화된 권고안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반발해왔다.

당시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수단에 대한 대안 없이 (권고안대로) 진행되면 제조업의 경우 최대 44%까지 생산이 감소하고 일자리는 최대 13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산업계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후 열렸던 LEDS 수립을 위한 국민토론회에서도 산업계의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업계를 대변에 오던 몇몇 관계자들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선언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목표만 있고 대책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학계 관계자는 “과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정에서 대책도 없이 해외감축분을 과하게 설정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탄소중립은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슬쩍 말할 정도로 간단한 정책이 아니다. 실현 방안을 언급했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일본처럼 강한 의지라도 전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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