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풍으로 인한 수해가 발생하면 방송에서는 수재의연금도 모금하고 전국이 함께 슬픔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며칠 후 태풍이 내 고향 부산을 강타했는데 TV에서는 가수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방에선 대한민국이 아닌 서울민국이라는 말들도 나돈다.

지금 TV를 보면 서울은 오르는 부동산 값 때문에 난리지만 김해에 사는 지인의 아파트는 30년 동안 오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아파트는 낫다. 단독 주택은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 직원들을 만나면 서울에서 집 팔고 가족들이 전부 이주한 사람은 울상인 반면에 가족들은 서울에 있고 본인만 내려온 사람은 흐뭇해한다. 한국사회에서 재테크의 핵심은 절약과 주식 투자가 아니라 서울에서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로 나뉘게 됐다.

지금 부산의 정치권은 대통령 공약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목을 매고 있고 지역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지만 서울에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서울과 지방의 괴리감은 이번 추석 연휴 때도 일어났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신고리 3‧4호기의 감발운전과 비슷한 시기 계획정비를 끝낸 고리 2호기발전 재개가 일어난 것이다. 고리2호기 발전량은 한국 최대 발전소인 신고리 3‧4호기의 감발로 감소된 발전량과 비슷했다.

지역에서는 신고리 3‧4기를 감발하는 대신 고리 2호기 재가동을 추석 연휴 지나서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고리 3‧4호기 감발은 전력 수급 문제가 아닌 적정 주파수 유지를 위한 ‘전력계통의 신뢰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력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전력거래소 입장에선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전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전의 사소한 고장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여론이 왜 감발에는 그렇게 관대하느냐는 것이다.

전력품질은 최악의 경우라도 정전에 불과하지만 원전 감발은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들은 설계 당시부터 감발을 예상했기 때문에 안전사고는 없다고 말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 한복판에 원전을 지으라고 말한다.

신고리 3‧4호기 감발은 주민들의 우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원전은 기저 발전이다. 기저 발전이라는 것은 24시간 운전 가능한 경제적인 발전을 뜻하는데 앞으로 전력 수급이 적어질 때 마다 신고리 3‧4호기를 계속 감발하게 된다면 기저 발전의 의미가 퇴색된다.

원전에서 생산된 싸고 품질 좋은 전기는 한국의 반도체와 제철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그래서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고리1호기는 주민들의 요구로 들어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인위적인 감발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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