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출자한 켑코솔라 영역 확대 움직임... 업계, 중소기업 시장 잠식 우려
한전 “시장 장악 의도 없어…민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 위주로 사업할 것”

한전이 6개 발전공기업과 공동으로 태양광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SPC를 설립,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전이 6개 발전공기업과 공동으로 태양광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SPC를 설립,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학교태양광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가 학교뿐만 아니라 군부대‧공장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면서 중소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3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6년 한수원을 비롯한 5개 발전자회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켑코솔라(前 햇빛새싹발전소)’를 통해 당초 설립목적인 학교 뿐 아니라 군부대, 공장지붕, 지자체 청사 등 다양한 소규모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켑코솔라는 한전이 50%, 기타 6개 발전회사가 나머지 50%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당초 한전은 켑코솔라 설립 목표를 학교태양광 수요 발굴과 시장 조성을 내세웠다. 설립 당시에도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켑코솔라의 사업 영역 확대를 두고 거대 공기업이 자본력을 무기로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영역을 침해하는 꼴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자체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한층 심화될 뿐 아니라, 정부가 산지태양광에 대한 규제를 한층 키우면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입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공장 지붕 등 다양한 태양광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켑코솔라가 사실상 이 분야를 선점해 버린 꼴이라는 것이다.

켑코솔라는 지난 3월 기준 총 117곳의 학교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 중이며, 23곳에서 건설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5개 대학교에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마쳤으며, 사업규모는 50억원, 4MW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방부 유휴부지 태양광 사업 업무협약을 작년 12월 체결, 사업비 165억원을 들여 11MW 규모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서울시와 경기 연천군, 부산 동구 및 영도구, 경북 경주시 등 지자체 공공청사 등에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어촌공사 저수지 수상태양광과 산업단지, 공장 지붕 임대형 태양광 등 사업 범위를 늘려나가고 있다.

켑코솔라의 이 같은 사업 추진은 최근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를 인정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과도 맞물린다.

이 개정안은 시장형 공기업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재생 발전사업을 할 때 전기사업자에게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과 관련 계통정보와 가격정보 등을 한 손에 쥔 한전이 민간사업자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낮춰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송갑석 의원과 한전 측은 40MW 이상의 발전사업만 참여하게끔 함으로써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한전이 50%를, 공기업이 100%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에서 이미 소규모 태양광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며, 당초 설립 목적 외 분야까지 진출할 계획이어서 업계는 더 이상 한전의 속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은 대규모 사업만 참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뒤에서는 수 년 간 이미 소규모 재생에너지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었던 셈”이라며 “민간 중소사업자와 공기업 100% 출자기업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공기업을 선택하지 않나. 시장이 공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우선 당초 목적인 학교태양광을 추진하며 민간과의 협의를 통해 당초 200MW 규모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44MW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전했다. 또 민간과 함께 홍보하며 학교에서 민간과 켑코솔라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했다는 게 한전 관계자의 설명이다.

켑코솔라 측은 학교태양광 외의 영역은 그동안 사업 부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이 사업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만 켑코솔라가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전에 따르면 국방부와 협약을 체결한 태양광 사업의 경우 민간이 군 부대에 접근이 쉽지 않는 측면이 있다. 사실상 공기업의 신용도를 믿고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방부가 먼저 사업을 제안했다는 것.

공장 지붕 태양광 등의 경우에도 전체 사업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소규모 중소기업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다.

소규모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자가 보증을 서야하는데 마찬가지로 소규모인 태양광 사업자들이 보증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전은 서울보증보험과 손잡고 상품을 개발해 소규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증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켑코솔라 관계자는 “민간 영역을 침해하겠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며 “민간이 접근하기 힘든 부분 위주로만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그동안 민간과 경쟁하기보다 태양광 신규 사업 분야를 발굴해 시장을 선도하고 중소 사업자들과 상생하는 일을 해왔으며, 이 같은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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