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중화 사업 추진 봇물…안전사고 예방·미관 효과 기대
지자체별 전선지중화 양극화…재정자립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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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선지중화 붐(3) "돈 없고 내집 앞은 싫고" 전선지중화 걸림돌

대한민국, 전선지중화 붐(4, 끝)님비 버리고, 국가적 지원 이어져야

최근 전선지중화 추진을 발표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꾸준히 추진해오던 전선지중화가 지난 7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포함되고 재해에 따른 안전성 확보가 부각되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전선지중화의 현주소와 문제점 및 해결책을 짚어 봤다.(편집자 주)

일반적으로 ‘전선지중화’란 전선, 통신선 등을 전봇대로 공중에서 연결하지 않고 땅에 묻는 것을 의미한다.

1924년 순화-을지로-종로-동대문간 11kV 지중선로가 국내 최초의 지중화 사업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는 도시계획단계부터 옥내345kV변전소 대부분이 지중송전선로로 구상되고 있다.

이처럼 역사가 깊은 전선지중화가 최근 떠오르는 데는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202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학교 주변 통학로의 전선·통신선을 지중화하는 내용을 그린뉴딜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잦은 수해와 태풍으로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봇대가 넘어지는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공중에 복잡하게 얽힌 전선이 사라지며 도시 미관이 개선되는 점도 최근 지중화 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도 전북 남원시가 총예산 210억원을 들여 지역 내 초등학교 8곳의 통학로 총 6648m 구간의 전선지중화에 나섰으며 강원 철원군 또한 터미널사거리∼철원등기소와 동철원농협∼공영주차장∼전통시장 2개 구간 총 2870m를 지중화 하는 데 45억9300만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충북 음성군도 지난 8월 약 66억원 규모의 전선지중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충북 옥천군도 77억원 사업비로 중앙로 향수공원 오거리에서 옥천역 구간 1.1km의 전선지중화를 추진하는 등 전국에서 지중화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지자체의 지중화 사업 담당자는 “전선지중화 사업 후 거리가 깔끔해졌다며 주민들이 매우 만족해 했다”며 “전봇대로 전선을 연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단선이나 전봇대와의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국민의 힘의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시)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자체별 전선지중화율은 서울이 58.6%로 가장 높으며 대전 54.4%, 부산 40.5% 인천 38.1%, 광주 34.4%의 순이었다.

그러나 경북의 전선지중화율은 6.3%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전남 7.9%, 강원도 8.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지자체별 전선지중화율의 편차가 심한 이유에 대해 지자체의 담당자들은 사업비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전선 이설 및 지중화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요청자(지자체)가 전액부담하고 있지만 공익목적으로 요청한 경우 한전이 심사를 통해 50%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십억원이 훌쩍 넘는 전선지중화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에게 부담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자체별 전선지중화율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중화율이 높았던 서울, 대전, 부산 인천, 광주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기준으로 각각 84.3%, 54.4%, 58.7%, 67.0%, 49.0%였다. 반면 경북, 전라, 강원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33.3%, 26.4%, 28.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13년~2015년 지자체별 지중화 사업 미승인한 사유’에서도 ‘지자체의 예산 미확보’가 전체 미승인 142건 중 94건으로 가장 많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선지중화 사업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정 의원(경기 파주시을)은 2016년 전선지중화 사업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전기시설 등의 지중화 촉진에 관한 법률(전기시설지중화촉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어 다음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 이장우 전 의원(대전 동구)은 체계적인 전선지중화 사업을 위한 ‘전선공동구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구병)이 최근 지자체의 전선지중화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도시 미관과 시민들의 안전에 전선지중화 사업이 효과적이지만 수 십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부담으로 적극적인 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사업비 확보가 용이해지면 어느 지자체든 전선지중화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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