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에는 원전이 ‘가장 쉽고 빠른 길’...정부 선택지에 없어
LNG, 설비·연료 수급 외부에 의존하지만 수요·공급 변화에 대응 가능
환경·경제 고려하고 안정적인 전력수급 가능한 ‘최적값’ 논의 이뤄져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미래 에너지 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전환부문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신경전을 펼친 가운데 곳곳에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국내 상황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원자력·석탄발전을 줄이고 이를 재생에너지·가스발전으로 대체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석탄발전을 비롯한 전력업계 관계자들은 에너지원의 무게중심을 재생에너지로 이동하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만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도모한다면 원전을 확대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월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환(발전·열생산)부문에서의 잠정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1960만t 감소했다.

환경부는 그 원인으로 ▲총발전량 감소 ▲석탄발전량 감소·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등을 주된 요인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실제로는 지난해 원전가동률이 늘었다”며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원별로 어떤 환경에 처해지는 지에 따라 달라지는 게 크다”고 말했다.

에너지·환경 분야 전문가 역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원자력”이라며 “원전이라는 쉽고 빠른 길을 막아버린 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짜려니 고민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업계는 한국형 표준이 존재할 정도로 기술자립을 실현한 석탄·원자력발전소와 비교했을 때 가스·신재생발전은 국내 기술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좁다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국산 발전용 가스터빈 초도품을 생산해 부하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풍력터빈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세계 선진시장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에너지 전환에 들어서면 자칫 국내 발전산업계가 외국산에 잠식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석탄·원자력 기술을 지키면서 신재생·가스 기술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 전문가들은 원전 역할론을 펴면서도 ‘온실가스 측면만 놓고 본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일 정도로 에너지원별로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신재생 대 원전’ 구도의 갈등에서 벗어나 특정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원별 비율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공급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요와 공급을 맞춰줘야 하는 전기의 특성상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한 가스발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전력업계에서 설비 수급부터 정비, 심지어 발전 연료까지 외국에 의존하는 가스발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이유다.

정치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환경·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도 ‘고립된 계통’ 하에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도모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아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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