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

경기도에서 전기업체를 운영하는 김 사장은 최근 노동법 위반으로 벌금 3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입사한 지 7일 만에 일방적으로 퇴사한 직원이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김 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보도된 한 언론(민중의소리)에 따르면 5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를 하지 않은 사업장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의 규모가 영세할수록 그 비율이 높았으며 아르바이트 직원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무려 66%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일정한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서면으로 교부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기간제법 제17조는 기간제근로자에게 일정한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처분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노동법상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라는 명시적인 문구는 없지만, 근로조건 명시 및 서면교부의무를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 의무로 일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를 하지 않은 경우 노동법 관련 조항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양하다. 단지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법적인 의무인지 몰라서 안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급하지 않아 나중에 하려고 미루다 노동청에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통적인 이유는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로계약서는 사업주의 자유를 구속하는 귀찮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사업주의 권리도 보장하는 중요한 문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근로계약서 내용을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사업주에게 이익이 될 수 있고 법적 분쟁발생시 효과적인 방어장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이 법적기준을 위반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하루 10시간 근무에 월급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구두 약정하고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은 경우, 300만원 임금에 하루 2시간의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이 포함됐다는 서면상의 증거가 없으므로 근로자가 퇴사하면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경우 사업주는 연장근로수당을 다시 지급해야 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에 300만원 임금은 기본급과 월 몇 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구분해 놓으면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에도 하루 일당 2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기보다는 일당 안에 기본일당과 주휴수당 기타 연장수당 등이 포함된 것으로 구분해 놓게 되면 추가적인 금전지출의 위험으로부터 방어가 되는 것이다.

계약기간도 근로계약서를 통해 명시적으로 정해 놓아야만 부당해고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해고는 계약기간 중 사업주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부당해고로 인한 사업주의 법적·경제적 위험성이 발생하지만,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게 되면 그 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는 자동종료되므로 해고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휴게시간, 유급휴일, 연차대체, 휴일대체 등 법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의 여건을 최대한 반영한 근로조건으로 사업장에 최적화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노사간의 법적 분쟁으로 인한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고 사후적으로도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근로계약서는 마지못해 작성해야 하는 귀찮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업장의 상황을 적절히 반영해 향후 법적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고 사후적으로도 효과적 방어가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문서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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