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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버린 ESS(1)정책적 실패, 왜 민간에 떠넘기나
보급정책 치우쳐 안전 등한 시 운영도 미숙…계통 도움 안돼
ESS 정책 설계한 실무자들 산업부 내서 자리 옮긴지 오래
윤대원 기자    작성 : 2020년 09월 21일(월) 14:34    게시 : 2020년 09월 21일(월) 22:13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가 연이은 화재 이후 침체된 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는 단연 앞서가는 국가로 평가된다. 민간 주도의 ESS 사업화가 처음 이뤄진 곳일 뿐 아니라, 이른바 배터리 3사로 불리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같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배터리 기업들이 국내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ESS는 주목받아왔다.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효율적인 에너지사용 체계를 구축하며 핵심으로 꼽혔던 것이 ESS다. 전기는 생산한 뒤 바로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전기를 대용량 저장했다가 사용한다는 개념이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다.

2014년 한전은 화력발전소 주파수조정용(FR) ESS 사업을 추진한다. 이때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ESS 시장이 개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2015년부터 ESS 도입이 본격화된다. 이를 통해 ESS는 주파수조정용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피크관리용 등 지난 6년 간 약 4GWh 정도가 설치되면서 확대됐다.

아직까지 정부는 비싼 가격 탓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ESS 설비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태양광 연계용 ESS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5.0으로 한시적으로 설정했다. 피크관리용 ESS를 통해 절약한 전기를 3배로 인정해주는 특례요금제 등 정부는 민간의 ESS 시장 진입을 독려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이 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국내 ESS 시장은 성공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ESS 신규설비 시장은 지난 2014년 70MWh 정도 보급된 ESS는 2015년 73MWh, 2016년 191MWh로 조금씩 커졌다. 2017년 707MWh 정도였던 국내 ESS 신규설비 보급량은 2018년 3756MWh로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2017년 첫 발생한 화재사고 이후로 2019년까지 30여건의 ESS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2019년 ESS 신규설비는 1799MWh로 전년 대비 50%도 넘지 못했다.

1차 화재조사를 실시한 정부가 ESS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화재는 계속 됐다. 결국 올해까지 이어진 2차 화재조사를 통해 ESS의 배터리 충전율(SOC) 제한 조치까지 내놓고 나서야 화재를 잡는데 성공했다.

30여차례 이어진 ESS 화재사고는 정부의 ESS 정책 실패를 여실히 드러냈다.

보급에만 치우친 정책 탓에 ESS 안전에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태양광 연계 ESS의 운영 역시 기이한 방향으로 마련돼 계통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태양광 연계 ESS는 10시부터 16시까지 충전한 이후 사업자 임의로 방전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는 피크시간이나 전력수요 등은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들이 한번에 충전과 방전을 한계까지 지속하는 원인이 됐다.

SOC 제한도 없이 설비를 한계까지 운영하다 보니 화재사고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 정책의 실패가 30여건의 화재사고로 돌아온 것. 오로지 배터리 회사의 먹거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시장이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이 탓이다.

정부는 신규 ESS에 대해 옥외설비에 80%, 옥내설비에 90% 수준의 SOC 제한을 걸었다. 아울러 SOC 제한을 지키는 기존 설비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며 안전대책에 쐐기를 박았다. 이 같은 조치 이후 화재사고는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ESS 활성화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는 모양새다. 피크관리용 ESS에 대한 특례요금 일몰, 태양광 연계용 ESS의 REC 가중치 일몰 등 정부는 기존 ESS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제도들을 모두 계획대로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한전이 시행하는 1.4GW 규모의 ESS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대책에 대해 중소 ESS 시장을 대기업 위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기존 ESS 시장을 육성하고 진흥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는 침묵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사실상 ESS 시장을 포기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처럼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와 관련 1차 화재안전대책을 마련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ESS 화재를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의 정책적 실패로 인해 화재 사고 이슈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은 모두 기존 ESS 업계에만 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ESS 정책을 설계한 실무자들은 이미 산업부 내에서 자리를 옮긴지 오래다. 이제는 상관없는 사람들만 남아서 정책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제는 ESS 시장 육성을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윤대원 기자 ydw@electimes.com        윤대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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