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반시장 법안 발의에 수만 중소기업 타격 불가피
전기공사·발전·발전정비업계, 국회 발의 법안에 반발
"상생 저해, 망 중립성 훼손, 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촉진 특별법, ‘상생의’ 분리발주 배제 우려

국회 정무위원회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화성을)이 발의한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촉진 특별법안’을 놓고 전기공사 및 정보통신공사 업계는 이 법안에서 명시한 스마트 건설기술사업이 시설공사 전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며 이를 수반하는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에 대해서는 분리발주 및 분리도급 규정을 배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법안을 맞이한 전기공사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대응에 착수했다.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 중앙회 회장이 사실상 매일 같이 국회를 방문해 국토교통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을 만나 법안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통과를 막을 것을 요청했다. 각 시·도회도 주말을 반납하고 국회의원 지역사무소를 방문했다.

특히 중소 규모의 업체가 다수를 차지하는 전기공사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인 상생의 원칙을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이 법안을 통해 어긴 데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이원욱 의원은 일단 분리발주 배제를 명시한 특례조항의 삭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전기공사업계는 특례조항 전체를 삭제해야 진정한 분리발주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며 조그마한 불씨조차 남겨두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장의 상생 원칙에 어긋나는 여러 법안을 바라보는 문채주 목포대학교 공과대학 전기 및 제어공학과 교수는 분리발주가 기술의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우려는 필요가 없는 논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신재생에너지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기공사업계의 다수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분리발주를 하든 하지 않든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서 “즉 분리발주든 통합발주든 품질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공사업계 입장에서는 대개 통합발주 방식으로 진행되면 하도급 업체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히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관행상 그렇게 되면 기준 단가보다 낮게 받을 것이고 지금에 있는 수익 구조가 힘들어져서 생존하는 데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법제화 그 후…시행령 ‘기재부 요구안’이 발목

20년 해묵은 소방시설공사업계의 분리발주 법제화 숙원이 지난 5월 풀렸다. 하지만 하위법령인 시행령으로 인해 비극의 반전 드라마가 재개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가·지방계약법령에 따른 일괄·대안 입찰, 기술 제안 입찰 등 일괄(턴키)발주를 소방공사 분리발주 예외로 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입법 예고 및 검토를 통해 각 정부 부처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려 했지만, 부처협의 없이는 시행령 개정이 불가능함에 따라 위의 일괄(턴키)발주를 허용해 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의 통과 과정을 바라본 건설업계는 분리발주 반대 논리를 펴면서 마지막까지 무력화 행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원인 가운데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를 통한 부실 공사가 지목되면서 이 행보는 일단 물거품이 됐다.

소방시설공사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이 기재부의 입맛대로 확정되면 전기공사 및 정보통신공사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분리발주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전기·통신·소방의 공동체 협력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해당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전기사업법, 한전 재생에너지 참여로 시장 공정성 훼손

한국전력공사가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참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갑)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둘러싼 업계와의 대립이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의 연관 기업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를 가능케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한전은 우선적으로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추진을 계획대로 실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선 법을 통과시킨 후 업계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에 대한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것.

이를 두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논의의 순서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도 노동조합을 통해 전기사업법 개정안 철회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민간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와 발전5사가 이처럼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입을 반대하는 것은 시장의 공정성이 무너진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사실상 망을 운영하는 심판의 역할을 하는 한전이 직접 선수가 돼 경기에 뛰어드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접속대기 물량 증가로 인한 계통연계 지연 문제다. 소규모 발전소의 경우 순서대로 계통에 연결될 수 있지만 대형 발전소의 경우 계통조류와 변전소의 변압기 용량, 산로용량 등 다양한 조건을 평가해 연계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탓에 대형 발전소들의 경우 계통에 빨리 연계되는 것이 수익을 빨리 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통접속을 관리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뛰어든다면 시장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교수는 “향후 재생에너지발전량 증가에 따른 출력제한과 관련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므로 출력제한 과정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한전이 발전사업을 하고 싶다면 송전망 관리를 떼어내고 발전·판매만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을 주도하고 있는 여당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허용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16.1GW를 기록한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용량을 2034년까지 78.1GW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이다.

설비용량을 2034년까지 62GW 확충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한전을 활용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규모 사업개발을 통한 목표달성 외에도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발전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 ▲연관산업 해외 동반진출 ▲지역 상생형 사업모델 개발·육성을 통한 수용성 증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전은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제도적으로 방어장치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사업 규모와 범위를 40㎿ 초과 대규모 해상풍력, 영농형·염전태양광 등 핵심기술 기반 사업으로 한정함으로써 발전공기업이나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어려운 사업을 수행하면 기존 발전사들의 사업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망 중립성과 관련해 현재 계통접속을 신청하면 신청한 순서대로 업무가 처리되는 구조로 직원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송배전사업자의 업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한 사익 추구가 불가능하도록 법제화돼 있으며 지역별·기간별 접수정보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어 한전이 재생에너지발전사업을 하더라도 공정성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공정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한전이 아닌 제3의 기관이 계통연계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이 어떤 대비를 하더라도 결국엔 계통 권한 탓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와 관련 재생에너지 발전소, 그중에서도 대형 발전소의 경우 계통 우선 연결을 위한 기준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전기위원회가 발전사업 허가 업무를 하듯, 계통연계에도 객관성을 확보한 제3기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전이 모든 키를 다 쥐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한전 역시 본인들이 추진코자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타 기관을 통해 다른 발전사업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계통연계를 심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도급금지 확대로 경영권 제한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도급금지 작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나주화순)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 기계류의 운용·정비 작업과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연료·환경설비와 발전설비 정비업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67개 전문기업이 8431억원 규모의 발전정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발전정비업계는 이 산업생태계가 무너지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경영권을 제한하는 도급금지 조치가 산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입법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