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계기로 연료비연동제·친환경정책비용 반영 필요
정부, 그린뉴딜·에너지전환 하자면서 요금 개편엔 무관심 모순

한국전력이 8월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변동성 확대 등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최근 부동산 문제 등으로 국민 여론마저 좋지 않아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과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낮은 지금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그린 뉴딜과 전기요금제도 개편’이라는 본지 기고를 통해 “2025년까지 73조원을 투입하는 그린 뉴딜은 탄소의존 경제에서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표방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빠져 있다”며 “정부는 그린 뉴딜을 계기로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던 산업용 경부하요금 조정과 연료비 연동제 등을 담은 전기요금 개편 로드맵을 완성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에는 비용이 든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동의를 얻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언론 기고를 통해 “정부가 그린뉴딜을 통해 일자리 65만9000개를 창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를 선도할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바꿔가겠다는 명확한 제시가 보이지 않아 ‘과연 이 계획대로 그린 뉴딜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그린에너지 가격 제도를 도입해 초기에는 화석연료발전 전기보다 비쌀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싸게 된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없는 그린 뉴딜은 없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한전도 그린 뉴딜과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빠른 시일 내에 전기요금 체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낮아진 시점인 점을 감안해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오르고 연료비가 내리면 전기요금도 따라서 내리도록 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3조원에 달하는 친환경정책비용(RPS, 배출권비용 등)을 총괄원가에 두루뭉술하게 반영하는 게 아니라 별도 항목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계절별·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화하는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에서는 오히려 전기요금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다 탈원전 논란으로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서는 야당을 의식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료 가격 등 원가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도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문 교수는 “본격적인 그린에너지 요금제 도입에 앞서 연료비 연동제를 우선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진작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됐다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락한 유가가 반영돼 올여름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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